[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명판결' 누구나 무릎을 치며 감탄할 정도로 수긍하는 판결이라는 뜻이다. 승자와 함께 패자 역시 판사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되는 판결을 종종 볼 수 있다. 명판결로 기원전 10세기 이스라엘 왕인 솔로몬을 빼놓을 수 없다.
구약성경의 열왕기상 3장 16~28절에는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친모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솔로몬이 칼로 아이를 반으로 나눠 두 여인에게 주라고 하는데...
한 여인은 '산 아이를 그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옵소서', 또 다른 여인은 '내 것도 되게 말고 네 것도 되게 말고 나누게 하라'고 했다. 솔로몬은 죽이지 말아달라며 모성애를 보인 여인을 친모로 확신했다. 솔로몬의 지혜가 진실을 가려내는 데 통한 것이다.
사회부 김기락 차장 |
'그 옛날' 솔로몬의 지혜는 명판결로 남았지만, 근대국가는 모두 증거재판주의를 택하고 있다. 재판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판사가 지혜를 발휘해 사건을 볼 수는 있겠지만, 지혜만으로 판결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재수사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7조원에 달하는 철근 입찰 담합 혐의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7대 제강사와 임원 등을 재판에 넘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임대주택 보험계약 입찰 담합 혐의로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3개 법인과 소속 직원 5명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외에 조직폭력, 마약, 중대재해, 보이스피싱, 선거사범 등 수많은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부터 강하게 반발하며 수사 정당성을 지적했지만 기소된 자들이 많아질수록 침묵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와 기소를 어떻게 보는지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검찰은 늘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고 한다. 증거가 가리키는대로 수사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와 불기소를 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을 기소하면 기소 자체에 대해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검찰이 조폭 등 민생 사범에 대해 기소하면 자연스러운 기소이고, 정치인을 기소하면 무리한 기소일까? 정치인도 죄를 졌다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기 때문에 민생 사범으로도 볼 만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등이 범죄에 나섰다면 더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이 새해부터 그동안 없었던 '명기소'를 만드는 게 어떨까 한다. 누가 봐도 무릎을 탁 칠만한 확실한 증거에 의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다면 누구도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검찰로서도 '무리한 기소'라는 말은 지겹지 않은가? 구정 설연휴 때 또 무리한 기소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검찰은 보다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과거 검찰의 반성과 함께 미래의 검찰 모습을 그려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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