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업무보고…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추진
의사협회 "전산화 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마련해야 논의 가능"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금융당국이 보험업계의 14년 숙원 과제인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이하 전산화)의 입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의사협회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는 전산화 절차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이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한 민간업체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사진=레몬헬스케어] |
31일 의사협회는 금융당국이 올해 업무보고로 전산화를 내세운 것에 대해 "정부의 입법화를 막을 순 없지만, 의료계가 우려하는 환자 개인정보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이상 기존의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전산화를 추진해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쉽게, 빠짐없이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도 올해 과제로 전산화를 내세웠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과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전산화에 대한 관계 법령 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겠다고 했다.
현재 소비자는 진료를 마친 병원에 직접 방문해 관련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사에 전화, 팩스,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9년 복잡한 청구과정으로 보험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보험가입자들이 요구한 개선사항을 바탕으로 전산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중계기관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14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전산화 과정에서 중계기관을 어느 곳으로 선정하느냐를 두고 의료계와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추천 중이다. 심평원은 진료비 심사기능과 의료서비스의 적정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으로 병원의 급여 항목 진료에 대한 심사를 관리하는데, 전국 병원의 네트워크와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다. 반면, 의료계는 환자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불필요한 행정 규제가 조장될 수 있으며 심평원의 설립 목적, 역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이를 반대해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의료계에서 간소화를 조건부 찬성했다는 보도에 대해 "의협은 결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강제화하는 법개정에 찬성한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의협은 "전산화를 위한 법 개정 추진은 국민이나 의료인의 입장은 전혀 무시한 채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 보험사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실손보험금 청구의 전산화는 보험가입자들의 편의 증진은 물론 연간 3조원에 육박하는 실손보험 적자를 상쇄할 수 있다"며 "진료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병원과 의원을 추려 집중 검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험료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3년도 금융위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안정, 실물·민생경제 지원, 금융산업 육성 등 12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2023.01.27 yooksa@newspim.com |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업무보고를 앞두고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의사협회의 주장 중 타당한 것은 받아들이겠으나, 의협도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양보한다면 전산화는 빠르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산화에 대한 국민들의 고충을 잘 알고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올해 전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의료계의 반발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는 이날 "실손보험은 시장경제의 첨탑에 있는 상품"이라며 "이미 일부 민간업체와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계약을 통해 전산화가 어느 정도 이뤄져있는데 이를 정책화하는 것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 "전산화의 근거로 국민의 편의성이 꼽히지만, 국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가 '빅데이터'로 집적돼 상업적인 목적에 이용될 수 있고, 해킹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입법화 추진을 막을 순 없지만, 의료계와 논의하기 전에 전산화 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대안을 준비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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