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 훼손하면 안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대법원이 위법한 처분으로 진급심사에 필요한 직무수행 기회를 상실한 육군 소령에 대해 연령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현역지위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 결정했다.
앞서 지난 2003년 군법무관에 임용된 A씨는 2009년 3월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는 등의 사유로 파면처분을 받고 제적 및 보충역 편입됐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파면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2011년 9월 복직한 A씨는 '배타적이고 화목하지 못하며 군의 단결을 파괴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듬해 1월 전역 명령을 받았다. A씨는 전역 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이후 국방부는 A씨가 소령 계급 연령정년인 4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2018년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위법한 파면처분과 전역 명령으로 중령으로의 진급기회를 상실하게 됐다"며 "소령 계급의 연령정년을 도과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은 위법하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은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전역 및 퇴역 사유를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며 각하했다.
다만 "원고는 최초 파면처분 때부터 최초 전역 명령을 취소한 2차 행정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중령 진급 심사를 전혀 받지 못했다"면서 "위법한 파면처분 등으로 군인이 현역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진급 심사를 받지 못했다면 정당하게 진급 심사를 받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기간에 한해서는 계급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현역지위확인 청구는 받아들였다.
항소심에서 A씨는 "만일 파면처분과 최초 전역 명령을 받지 않았다면 소령에서 중령으로의 진급심사 대상자로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받았을 것이고 당시 법무병과의 계급별 편제 및 현원, 과부족 등을 감안하면 당연히 중령으로 진급되었을 것"이라며 자신이 현역 중령의 지위에 있다고 확인을 구하는 내용으로 주위적 청구를 변경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 당시 소령 계급이었던바 진급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고에 대해 중령으로 당연히 진급되었을 것임을 전제로 현역 중령의 지위 확인을 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법원 판결에 의해 원고를 중령으로 진급시키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군인사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리에도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 사건 최초 전역 명령은 법령상 사유 없이 오로지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현역 지위 상실 기간만큼 계급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볼 수 없다"며 현역 지위 확인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도 기각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위적 청구에는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반면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파기환송 결정했다.
대법은 "이 사건 파면처분 등 거듭된 불이익 처분의 경위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현역 지위를 상실한 기간 중 상당 부분은 임명권자인 피고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라며 "그로 인해 원고는 중령으로의 진급심사에 필요한 직무수행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 아래 도래한 연령정년을 원고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군인사법상 계급별 연령정년의 입법취지는 물론 헌법에서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정도에 이른다"면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