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10월에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다."
납득할만한 이유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냥 설에 불과했다. 3·8 전당대회의 대략적인 결과 전망이 나올 시점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꺼질 줄을 모르고 군불을 때던 이야기였다.
당내 일각의 말도 안 되는 희망사항, 좀 더 관대하게 보더라도 '혹여나 총선에서 패배를 할 경우를 전제한 우려'에서 나온 얘기 정도로 느껴졌다. 시기 상 가을쯤에는 공천 윤곽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10월 비대위설'은 지금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시각을 투영한 단어였을 수도 있겠다.
정치부 김은지 기자 |
'당이 총선 전에 비대위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선 왜인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또 비대위'라고 전망하는 사유가 빈약하다 보니 그와 같은 발언들에 낯섦이 더욱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국면 후 이어지던 여당의 비상 상황은 9개월여 만인 지난 3월 8일, 김기현 당대표 체제에 들어서면서야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9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까지 이미 두 번의 비대위를 거치며 극심한 당내 혼란을 경험했다. 드디어 '정상적인' 지도부가 자리하게 됐음에도, 여기저기에서는 총선의 성패에 따른 것이 아닌 미리 '비대위 전환'을 얘기하는 목소리들이 거침이 없이 흘러나온다.
정말 그렇게 되려면 현재로선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지도부 출범 두 달 만에 선출직 최고위원 한 자리는 궐위, 한자리는 사고가 되는 사태가 발생해 '당이 비대위로 갈 것이다'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조명을 받고 있는 날들이다.
그러나 공백이 된 자리를 채우지 않더라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견고히 있는 상황이다. 2명이 추가로 더 이탈을 해야만이 비대위 전환 요건을 갖추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그에 해당하는 사유도, 무엇보다 그럴 가능성도 없다. 조기 비대위 전환의 여지는 아예 없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던가.
각종 설화와 논란에 시달렸던 최고위원 중 태영호 의원이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1년을 받은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 하나는 '시기'로 징계의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불과 당 지도부 출범 두 달 만이다. 윤리위원회에서 두 최고위원에 대한 속전속결 징계 의사를 밝혀왔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결의 사유 역시 당의 명예 실추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 국민 통합의 저해로 윤리위는 최고위원들의 일탈을 매우 묵중하게 받아들였었다. '늦었다'가 아니라 '이제라도'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의아함은 가시지 않는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를 두고 후폭풍의 크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이 지난 후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거셌었다. 결국 조기에 '내년 4월 총선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공천을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으로 윤리위 처결이 마무리됐다.
설사 새 얼굴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당내 개혁 움직임이 일어나 비대위로 전환을 한다고 해보자. 비대위로 전환을 하면 김기현 지도부와 윤재옥 원내지도부가 해체될 뿐 아니라, 이를 대신할 '누구'를 수장으로 데려와 내세울 수 있을지부터가 관건이다. 외연확장을 할 '새 인물', 유권자에게 소구력을 충분히 갖춘 '신선한' 이를 아무도 쉽게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릴 마땅한 구원투수가 현재로선 딱히 없다는 것이 당내 많은 이들의 목소리다.
기준도 상황도 충족하지 않는 '조기 비대위설'로 지도부의 존속에 의문을 제기하고 흔드는 일이야 막을 순 없겠지만, 비대위의 출범 여부는 총선 결과를 보고 논해도 늦지 않는다. 당의 결속을 우선시하고 이제 막 한 고비를 넘긴 지도부의 행보를 '시행착오였다'라고 여기고 지켜보는 것부터 우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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