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황 부진에도 대형 건설사, 1Q 실적 선방
원가율 선반영에 2Q 실적, 작년보다 늘어날 듯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 미분양 확산 등 불안요소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원자잿값 상승과 주택경기 위축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던 대형 건설사들이 2분기에도 성장성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인건비 상승, 원자잿값 폭등 등으로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가 90%대로 치솟자 건설사 대부분은 영업이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건설 사업장의 원가율 증가분을 회계에 반영하면서 1분기 이후에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분양시장 선방, 건설현장 착공 증가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 '원가율 선반영' 대형 건설사, 전년대비 영업익 증가 기대
11일 부동산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요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2분기 예상 예상이익이 1635억원으로 전년동기(865억원) 대비 89.0%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은 2조4409억원에서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2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외 고른 사업 확장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라크 알 포(Al Faw) PJ와 플랜트사업의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7 PJ 등 해외 대형 현장의 공정 가속화가 매출,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6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연간 목표치인 6800억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
GS건설은 2분기 예상 영업이익 1771억원으로 전년동기(1644억원) 대비 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매출액은 3조479억원에서 17.4% 늘어난 3조4363억원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600억원에 2분기 1700억원대를 기록하면 연간 목표치 6504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주택사업뿐 아니라 수처리와 모듈러주택 등 신사업 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올해 2분기 삼성물산은 예상 영업이익이 6119억원으로 전년동기(5559억원) 대비 10.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은 10조8186억원에서 10조5882억원으로 소폭 줄어든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공사가 늘어난 데다 아랍에미리트(UAE)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카타르 태양광 사업이 본격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는 2조6171억원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 증가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이 1754억원에서 1875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러닝터널과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사가 실적에 잡히면서 이익 규모가 늘었다.
DL이앤씨는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1067억원으로 전년동기(1346억원) 대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분양시장 개선, 원자잿값 안정 긍정적...미분양·붕괴사고 불안요소
원자잿값 상승이 지속되고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크지만 대형 건설사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물론 대형 건설사의 원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분기 현대건설의 원가율은 93.7%, GS건설은 90.1%, DL이앤씨 89.5%, 대우건설 89.0% 등으로 90%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70~80% 수준이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투입액을 나타내는 원가율이 높아지면 건설사가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이 줄어든다.
그러나 건설사 대부분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원자잿값 상승분을 회계에 반영한 상태다. 100여곳에 달하는 사업 현장의 원가율을 재산정한 만큼 추가적인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게 건설사측 분위기다. 글로벌 공급망 완화로 원자잿값이 추가로 상승하기보단 점차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신규 분양시장은 열기가 개선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수도권 물량이 많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제한적이다. 전체 사업에서 주택·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인 상황에서 신규 분양사업은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불안 요소도 있다. 최근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설사들이 건설현장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추가적인 구조물, 시공현황에 대한 안전성 검사로 비용 증가, 공기 지연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위험 수준인 6만가구가 넘는 것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다.
대형 건설사 재무담당 한 임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전 사업장의 원가율 재조정에 나섰으며 회계에 선반영해 올해 실적이 크게 흔들릴 여지가 없다"며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잿값이 하락하고 주택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매출,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