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갑작스레 기자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최근 현장에서 김 대표를 볼 때면 미간을 찌푸리고 있거나 이따금씩 기자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건 무엇인지 궁금했다.
윤채영 정치부 기자 |
"대표님, 요즘 무슨 걱정 있으세요? 통 표정이 안 좋아요"
김 대표는 "옆에 사고 치는 사람들 때문"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간 지도부의 '설화' 문제로 속앓이를 해왔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를 속 썩인 인물은 전 최고위원인 태영호 의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태 의원의 경우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와 동시에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았고, 김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아 둘의 문제는 어느 정도 매듭 지어졌다.
태 의원의 빈자리는 오는 9일 재보궐 선거로 채워진다. 비록 사퇴하지 않은 김 최고위원의 자리가 비어있긴 하지만, 재정비한 격으로 지도부는 모습을 갖추게 된다. 안정적으로 김기현호가 항해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최근 김 대표를 향한 정가의 평가도 '기강이 잡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격주로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를 테마로 직접 민생 현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 듣는다.
현장 중심의 민심 챙기기와 동시에 김 대표 직속의 청년정책네트워크를 꾸려 이탈한 2030 청년 세대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평가는 항상 '결과'로 받겠지만, 과정만 놓고 보면 '소통'을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김기현의 시간'이다. 화내고 싶을지언정 참고 여유를 보여 '웃어야 할 때'다. 웃되 방심하지만 않으면 된다. 김 대표를 둘러싼 위험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김재원 최고위원의 '장외전'이 이유로 꼽힌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을 '링 밖의 레슬링 선수'에 비유하며 대야 투쟁에 집중하고, 필요에 따라 김기현 지도부에 쓴소리를 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총선 전 변수로 남아 계속해서 김기현 지도부의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나올 수 있으면 나올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대표의 위험 요소로 최근 떠오른 변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TV 토론'이다.
현재는 이 대표가 토론으로 김 대표를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 대표는 대선을 경험한 사람이다. 평소 토론이나 말하는 기술에 능한 이 대표를 두고 김 대표가 토론에 도전하는 건 승산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김 대표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협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함부로 네거티브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불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 공방 없이 정책만 두고 얘기를 한다든지 그런 규칙 등을 잘 설정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탓인지 양당 대표 간 토론 관련 조율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다 보이진 않지만, 토론 주제나 범위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 중일 것이다. 득보다 실이 크다고 평가받는 김 대표는 여러모로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
김 대표는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주위에 위험이 항시 도사리고 있지만, 김 대표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정책이든 당의 방향 설정이든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래도 김기현의 시간'이니까, 화내지 말고 웃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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