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재외동포청 출범…"실질적 도움되겠다"
전문가 "동포청과 이민청은 경쟁관계 아냐"
미래학자들은 대한민국은 출산 파업중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구 대위기에 이민수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이민정책에 대한 밑그림이나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과 산업인력 부족해소를 위한 단편적인 논의들이 시작되었지만 국민적 공감대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정치적 찬반 논쟁만 하고 있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저출산 초고령사회에서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현실을 짚어보고, 각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한국형 이민정책(K-이민정책)에 대한 길을 제시해 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정부가 지난 6월 730만 재외동포의 숙원사업으로 여겨지는 '재외동포청'을 신설했다. 이를 두고 분산된 업무 통합을 통한 '원스톱 역할'을 도맡을 것이란 기대가 터져 나왔다. 재외동포청 신설 전에는 외교부(재외동포 지원, 재외국민 보호, 여권 및 입국 사증 등), 법무부(출입국 및 법적 지위), 교육부(재외국민 교육 지원), 병무청(병역관리), 국세청(세금), 문화체육관광부(각종 교류사업), 국가보훈처(독립운동 관련 업무) 등으로 재외동포 업무가 분산돼 있었다.
다만 출범 후 2개월 가량이 지났지만 아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외교부는 당장 동포청의 소재지를 두고도 예상보다 두 달이나 지난 후 확정하는 등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소재지가 뒤늦게 확정됨에 따라 재외동포청 경력경쟁 채용시험마저 늦춰지는 등 초기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이기철 재외동포청 초대청장은 재외동포 보호와 지원, 정체성 함양, 모국과의 교류 촉진 등 동포청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며 "문턱을 낮춰 소통하는 동포청,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는 실질적인 도움, 한인 정체성 강화 그리고 재외 동포들이 '조국이 옆에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동포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 A동에 문을 연 재외동포청 서비스지원센터 모습. 재외동포청 서비스지원센터에서는 아포스티유·해외이주·국적·병무·가족관계·재외국민 등록 등 기존 재외공관 및 각 기관으로 분산되어 있는 민원 서비스를 통합 접수 및 상담·발급 처리 받을 수 있다. 2023.06.05 yooksa@newspim.com |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재외동포 정체성 함양'과 '주류사회 진출 지원' 등을 공언하며 구체적으로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 ▲55세 이상 복수국적 허용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는 동포 정책 등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동포청이 국내 동포들의 가려운 점을 해소해줄 수 있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원장은 "재외동포청이 현재 외교부 산하에 만들어져서 기존에 외교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을 조직만 좀 더 개편해서 그대로 추진하고 있는데 재외동포 730만명 중 85만명 정도는 한국에 들어와서 살고 있다"라며 "특히 국적이나 비자발급 부분은 법무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동포청에서 손 댈 여지가 거의 없어서 동포들은 동포청과 법무부 사이에 끼여 핑퐁게임이 될 수도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재외동포청 신설 이후 '이민청'을 조속히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향후 재외동포청과 이민청의 역할 분담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곽 원장은 "충돌할 여지가 상당수 있다"라며 "부처끼리 서로 간 줄다리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곽 원장은 "이민청은 동포 문제에 천착하기보다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라든지 유학생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 등 진짜 이민청의 성격에 맞는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라며 "우리나라가 진정 필요로 하고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이민자들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주력하는 것이 맞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동포들을 인구 대안 정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곽 원장은 "국내의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동포를 국내로 이주시키는 '역이민 정책'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설익은 정책"이라며 "수세대에 걸쳐 해외에서 잘 정착하고 있는 해외자산인 동포를 국내 관점에서만 활용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재외동포들이 차별없이 국내에 체류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국가는 해외 동포들이 거주국에서 주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성공한 동포들이 모국과 교량 역할을 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동포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생길 이민청과 동포청인 협업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면서 필요하다면 "이민청과 동포청을 합쳐 '이민동포청(처)'로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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