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중심 인재 생태계 중요하지만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지속성, 현장 의견 반영, 인센티브 등 필요"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요즘 신입사원들은 어려서부터 코딩 수업 등을 받아서 그런지 관련 툴에 익숙하고 해당 툴로 코딩하는 것에 능숙하더라구요. 하지만 우리 일이 기존 툴로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식으로 적용을 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툴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프로그래밍을 잘한다고 해서 뽑았는데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니 힘들죠."
한 ICT 관련 중소기업 개발팀의 지모 팀장은 채용과 관련해 이같이 고충을 밝혔다. 최근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구인난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발 위기 우려, 고금리와 고환율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 취업시장 역시 위축된 상황이다. 즉 취업난 속 구인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 300인 이상 기업 기준.[자료=고용노동부] |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최근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 중 64.6%는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은 48.0%, 채용이 없는 기업은 16.6%였다.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35.4% 중 작년보다 늘리겠다는 곳은 17.8%, 줄이겠다는 곳은 24.4%였다. 2022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해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은 11.4%포인트(p) 늘었지만, 늘리겠다는 기업 비중은 19.2%p 줄었다. 올 하반기 채용시장이 어두울 것을 보여주는 조사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인재 찾기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힘든데, 기업들은 적합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미스매치 현상이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적극적으로 구인했으나 채용하지 못한 인원(미충원 인원)은 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2020년 상반기(6000명)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과 재계, 그리고 전문가들은 계약학과나 기업연계 전문대학원 설립, 해커톤 등 현장 중심 교육 프로그램 등을 민간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재 양성 노력으로 꼽았다. 정부는 이같은 노력들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현장과의 소통과 의견 반영, 지속적인 지원책, 기업들의 인재양성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정부는 지속적으로 반도체 R&D(연구개발) 지원이나 인력 양성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과거 2014~2016년 사이 반도체 예산이 깎인 적이 있는데, 이후 2~3년 후 대학원생 육성이 안 되면서 우수한 인력들이 다 빠져나갔다"고 지속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인사팀장은 "정부나 정치권이 고용이나 인재양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는 하는데 요식행위가 많다"며 "기업들 모아서 이야기 들은 후 책상에 앉아서 나온 정책들이 나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 담당자들도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해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후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기업들도 더 많은 의견을 제시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정부와 국회가 규제 혁파, 노동개혁, 조세부담 완화 등 기업 활력을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고용과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여력을 확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