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난 20일 압수수색 등 수사 진행…제보자 조사는 불발
공수처, 검찰에 사건 '이첩' 요구할지 관심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비위 의혹과 관련해 검찰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지난 10일 이 검사를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형법, 주민등록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이 검사는 2020년 12월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에게 접대를 받고,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선후배 검사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예약을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그는 처남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기록을 조회해 주고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 검사는 이중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 전입 의혹은 인정했으나 나머지 의혹은 전부 부인하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이 검사의 혐의 중 범죄 기록 조회와 관련한 형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공수처 수사 범위에 해당해 나머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하기에 앞서 검찰에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이 검사 혐의와 관련해 제보자인 그의 처남댁 강미정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고발인 신분으로 김의겸 민주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을 불러 조사했으며, 지난 9일에는 추가 증거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검찰은 지난 20일 이 검사의 처가가 운영하는 용인CC 골프장과 접대 의혹이 있는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날 불발된 강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까지 이뤄지면 검찰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가 향후 중앙지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지 관심이 쏠린다.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은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5조 제2항은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이 검사의 혐의 중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혐의가 발견될 경우,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검찰은 사건을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현재 이 검사의 혐의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등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고 뇌물이나 공무상 비밀누설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금 단계에선 보낼 수 없고,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있는 혐의가 확인되면 그 부분만 따로 떼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도 이제 막 사건을 배당했으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검찰이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굳이 사건을 넘겨받아 부담을 떠안을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선 검찰이 사건을 공수처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원석 검찰총장이 공수처 수사가 진행될 상황이 되자 제 식구 봐주기 수사로 검사탄핵 김빼기에 나섰다"며 "더 이상 이 검사를 수사하는 척하는 쇼를 중단하고 사건을 공수처로 서둘러 이첩하는 것이 제 식구 봐주기 수사, 보여주기 수사라는 오명을 더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은 지난 9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철회했던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오는 30일 본회의 전 재발의해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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