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식사비 상향 검토에 소상공인들 환영
전문가 "외식 물가 상승 우려도 존재"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예약 손님도 없고, 이번 연말은 허탕이에요."
29일 서울시 서초역 인근의 한 일식집을 운영하는 이재호(50) 씨는 여백이 가득한 예약 고객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한숨을 지었다. 서초역은 대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대검찰청 등이 위치한 대표적인 서울 법조단지 상권이다.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1인분 최저 가격은 2만3000원이지만 주력 메뉴는 3만원을 넘어가 근방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이씨는 "작년에 코로나 영업 제한이 일부 풀리면서 손님이 잠깐 몰렸지만 물가가 오르자 도로 주저앉았다"며 "식자재비는 오르는데 손님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무원들이 전화로 음식 가격을 물어보고 가격이 부담되면 이내 (전화를) 끊어버리기 일쑤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29일 낮 1시무렵 서울시 서초동 인근 식당에서 식당 주인이 식사 자리를 치우고 있다. 2023.11.29 dosong@newspim.com |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김영란법 현실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영란법은 2016년 시행된 이후 7년째 1인당 접대비 한도가 3만원으로 고정된 상황이다. 국무회의 당시 윤 대통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전하며 "김영란법의 음식값, 선물 한도 규제 등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니 개선해 달라는 호소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김영란법 주무 행정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도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식사비 한도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현재 한도액을 종전의 3만원보다 2만원 올리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시청 인근 상인들 역시 김영란법과 물가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청 인근 일식당 직원 배모(57) 씨는 "물가가 오르기 전에는 점심시간에 70명에서 많게는 80명도 왔는데 요즘은 50명으로 확 줄었다"며 "김영란법으로 상한선이 3만원에 묶여있다 보니 주요 손님인 공무원 손님이 많이 못 오는 형편이다. 상한선을 높여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 상인들은 "기왕이면 물가를 반영해서 통 큰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금천구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김영란법 때문에 주요 메뉴를 3천원 정도 내려서 판매하고 있다"며 "솔직히 10만원대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물가 많이 올랐는데 고작 몇만원 올려서 되겠냐. 식사 한 번에 500만원정도 들면 몰라도 삼겹살 몇인분에 밥 두 공기 먹으면 5만원이 우스운 세상에 너무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으로 인한 식사비 제한이 완화될 시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식물가 상승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에 따른 식사비 상한액으로 기업과 정부에서 편법을 써서 회식비를 충당하기도 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들었다. 식사비 상한선이 오르면 소상공인들이 좋아하기 마련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외식물가 상승을 부추겨 일반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며 "조삼모사의 결과로 전락할 수 있다. 높은 물가상승 상황에서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소비 부문은 외식비이기 때문에 세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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