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유형별로 3000만~8000만원 배상하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저희가 법정으로 온 이유는 간단하죠. 국가가 사과를 안하니까.", "지난 40년 동안 국가의 그 누구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아본 적 없고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22일 강제징집 피해자 박제호씨 외 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3000~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 유형별로 강제징집 피해자에 대해서는 3000만원을, 강제징집과 녹화 선도공작 등 피해자에 대해서는 7000~800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이자를 각각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날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최규연 부장판사)도 또 다른 피해자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22일 강제징집 피해자 박제호씨 외 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3000~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24.05.22 jeongwon1026@newspim.com |
앞서 이들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강제징집, 녹화 선도공작 및 프락치 강요를 당하고 그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현재까지도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김형보 강제징집·녹화 선도공작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의 배상 규모, 즉 국가의 책임 정도를 묻는 판결의 내용은 우리 피해자들이 겪어온 일들에 비하면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제징집과 녹화 선도공작 등에 대한 사과 의향을 묻는 질문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행안부, 교육부, 병무청, 경찰청장들이 모두 사과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피해 당사자인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국가의 그 누구로부터도 직접 사과를 받아본 적 없고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배상 규모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고 측 대리인 이영기 변호사는 "국가폭력이라는 불법행위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나름의 진일보한 역사가 아니겠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잘못된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늘 판결은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에 이어 사법적 정의를 확인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판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마땅하고 이후 명예회복 등 조치를 책임지고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분들과 함께 신중하게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박제호씨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하도 오랜 세월이 지나 기억들이 다 파편화되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나서 법정으로 왔는데 법정으로 온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가 사과를 안하니까"라며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피해자 남철희씨는 "박정희 정부가 영구 집권을 하기 위해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당시 대학에서 민주화 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한 학생들을 전부 입건시켜 고문한 뒤 강제징집 시켰다"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민족의 미래를 위해 노력한 것 뿐인데 그런 대접을 받은 것에 서운한게 많았다"고 말했다.
남씨는 "늦게나마 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으니 국가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고, 이를 통해 우리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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