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일간지 "문장 주체 뒤섞여 차라리 한국어 직접 번역이 정확"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한강(54)이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 첫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등에 대한 번역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채식주의자(영어판 The Vegetarian)'는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당시 영어 번역을 담당했던 데보라 스미스와의 공동 수상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한림원은 '한강이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수상작으로는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선정됐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진= 노벨상 홈페이지] |
평론가들은 영어판이 원문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해외 일부 평론가들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본이 원작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저명 일간지 더겐스 뉘헤뗴르는 11일(한국시간) 연구원 찰스 윤의 말을 인용해 "문장의 주체가 뒤섞였으며, 잘못된 인물에게 대화와 행동이 부여된 경우가 있다. 형부가 결국 자신을 3인칭으로 언급하는 이상한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원본과의 차이로 인해 찰스 윤은 영어판을 '새로운 창조물'이라고 불렀다.
스웨덴 출판사 나튀르 오흐 쿨투르의 니나 에이댐은 '채식주의자'를 언급하며 "한국어에서 스웨덴어로 다시 번역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어에서의 직접 번역이 더 정확한 톤과 표현을 전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의 한글판, 번역본 도서들. [사진= 뉴스핌 DB] |
보다 부정적인 견해는 영국 작가이자 번역가 팀 파크스에게서 나왔다. 그는 번역본이 "원본을 서양의 아이디어에 맞게 급진적으로 조정했다. 면밀히 검토했을 때, 문체는 우아함이 아니며, 내용 자체도 절제되거나 매혹적이지 않다. 번역은 종종 톤과 관용어구에서 고군분투한다"라고 썼다.
팀 파크스는 한강이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이는 서양의 아이디어와 논쟁에 맞게 원본을 급진적으로 조정한 번역의 흥미로운 경우였다"라고 평했다.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는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에 "두 가지 다른 언어로, 다른 문법, 어휘, 구두점으로 동일한 책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영어판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강의 수상에는 호평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등에 이어 더겐스 뉘헤뗴르는 "한강은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번역 문제를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되었다. 이는 세계 문학의 중심에 자리잡았음을 반영한다"라며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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