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상황 속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요구 확인"
"사회적 약자에 따뜻한 법관 될 것"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마용주 신임 대법관이 9일 "대법원은 법률 해석을 통해 규범적 가치를 선언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 대법관은 이날 오전 취임사를 통해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헌법과 법의 정신을 항상 염두에 두고, 법률의 문언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소수자보호, 미래지향적 가치 등을 위해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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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마용주 신임 대법관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5.04.09 leemario@newspim.com |
마 대법관은 "국가의 엄중한 상황 속 지난 몇 달 동안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헌법을 수호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며 사법부 본연의 임무인 재판을 충실히 하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오히려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재판은 신속하면서 공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최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법관 임용과 정원 관련 법률이 개정되고 법관의 인사 주기와 사무 분담을 장기화하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이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사법부 전체의 역량과 업무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내부의 지혜를 모아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현재의 사법부 상황을 우려하면서, 법관의 독립이 법관의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언하고 있다"며 "법관 독립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서로 고립되고 위축되지는 않았는지, 그리하여 업무 역량과 효율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보다 나은 재판을 고민했던 모습은 존중돼야 한다"며 "선배 법관의 경험과 노하우를 존중하고 익혀서 발전을 이루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고, 후배 법관의 고충을 이해하고 같이 해결하려는 소통과 배려도 꼭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마 대법관은 "법은 절대적 이성의 산물이지만 그 해석과 적용은 현실에 뿌리를 둬야 하고, 무엇보다 수범자인 국민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에 맞아야 한다"며 "저는 복잡한 사실인정과 법리적 논증을 거쳐 결론에 이르러서는 처음으로 되돌아가 한 번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가 내린 결론은 상식에 맞는가' 여기에 답할 수 있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올바른 결론이라 믿는다"고도 했다.
끝으로 마 대법관은 "저는 법관으로서 가졌던 초심을 돌아보면서, 때로는 현실적인 이유로 때로는 안일함으로 초심을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자책했다"며 "헌법을 수호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킨 용감한 법관, 재판에 열과 성을 다하는 헌신적인 법관, 그렇지만 당사자,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법관이 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한편 마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은 지난해 12월 27일 통과됐으나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임명이 지연됐다. 이에 마 대법관은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지 103일 만에 취임하게 됐다.
마 대법관이 합류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다시 완전체로서 운영될 수 있게 됐다. 종전의 판례를 바꾸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 사건을 다루는 전합은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고,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는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