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국채 5% 육박…英 30년물 1998년 이후 최고치
재정적자·부채 우려 확산
연준 금리인하 전망에도 장기금리 상승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과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며 2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기물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4.999%까지 치솟아 7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찍었으며, 7월 11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5.3bp(1bp=0.01%포인트) 올라 4.279%를 기록했다. 단기물인 2년물은 2.2bp 오른 3.645%였다. 이로써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차는 63bp까지 확대돼 지난 4월 이후 가장 가팔라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재정 불안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장기물 금리가 글로벌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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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30년물 금리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9.03 koinwon@newspim.com |
◆ 英·佛·獨 장기물도 급등
영국에서는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가 크게 제기되며 이날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1998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프랑스 30년물 역시 16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고, 독일 10년물 금리는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프랑스에서는 재정적자를 우려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긴축재정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하원에 신임 투표를 요청하며 정부 해산 가능성이 불거졌다.
브린모어 트러스트의 짐 반스 채권 부문 이사는 "영국과 프랑스 재정 불안은 미국 재정적자와 맞물려 전 세계 장기물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 미국 재정적자와 셧다운 리스크
미국의 연방 부채는 현재 37조180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민주·공화 양당 정부를 거치며 꾸준히 불어온 탓이다. 미 의회는 앞으로 한 달 안에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재량지출안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9월 중순 이후 연방정부 셧다운에 직면할 수 있다.
에버코어 ISI의 스탠 십리 전략가는 "셧다운 가능성이 매우 현실적"이라며 "자본시장에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연준 금리 인하 전망은 여전
이날 발표된 미국의 8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8.7로 전월(48.0)보다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 아래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91% 확률로 9월 연준이 25bp 인하에 나설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 연간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치는 2주 전 67bp에서 57bp로 줄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완화 기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 환율·금·달러 동반 출렁
채권금리 급등은 외환시장과 원자재시장에도 파급됐다.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는 정부 재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하락했고, 그 여파에 미 달러화는 이날 반등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74% 상승한 98.37를 기록했다. 반면 영국 파운드화는 미 달러화 대비 3주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로화 역시 달러 대비 0.61% 내렸다. 달러/엔 환율은 0.84% 오른 148.40엔을 기록하며 8월 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3531.08달러까지 올랐다가 소폭 조정을 받았다.
UBS의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 외환 전략가는 "오늘 시장에서 달러화 강세를 이끈 건 미국 외부에서의 부정적 전개였다"면서 "향후 달러 방향은 금주 발표될 미 고용지표가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