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L 클라르나 공모가 40달러
어펌과 수익성 격차, 왜
경쟁 심화·고평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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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9월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2021년 이후 가장 분주한 모습이다.
카페 체인부터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업체와 암호화폐, 인프라까지 다양한 섹터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줄줄이 주식시장에 입성한다.
피그마(FIG)를 포함해 앞서 뜨거운 기대를 모으며 뉴욕증시에 상장한 업체들 주가가 최근 급락했지만 월가는 새롭게 등판하는 종목들 가운데 '알짜'를 찾는데 잰걸음이다.
로펌 폴리 앤드 라드너의 루이스 르호트 파트너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여건의 개선과 성장주 강세 흐름, 업종별 모멘텀 등을 감안할 때 성장 스토리가 확실한 기업들에게 투자자들의 우호적인 반응이 기개된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9월8일을 기준으로 2025년 초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종목은 231개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7개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9월 기업공개(IPO) 건수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고, 계획 중인 기업들의 상장이 지연되는 등 변수가 나타날 수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달 증시 등판을 추진중인 업체가 2021년 이후 최대라고 보도했다.
르네상스 캐피탈의 기업공개(IPO) 전문가 매튜 케네디는 "계획 중인 기업 상장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1년 이후 가장 분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격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지난 4월 막혔던 기업공개(IPO) 창구가 다시 열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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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르나 그룹의 홍보 자료 [자료=블룸버그] |
기업공개(IPO) 시장의 벤치마크로 통하는 르네상스 IPO ETF(상장지수펀드)는 2025년 초 이후 17.8% 상승하며 같은 기간 13.2% 오른 나스닥 지수를 앞질렀다.
이번주 투자자들의 조명이 집중된 기업은 스웨덴의 핀테크 업체 클라르나 그룹(Klarna Group)이다. 미국 CNBC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월9일(현지시각) 뉴욕증시 마감 후 업체의 공모가가 주당 40달러에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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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이는 투자은행(IB) 업계가 예상했던 35~37달러 범위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관심과 매수 열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일반적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하는 기업들의 공모가는 거래 전날 장 종료 후 주관사와 상장 회사의 수여 예측을 반영해 최종 확정된다. 공모가가 결정되면 이날 밤이나 새벽 기관 및 일부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이 배정되고, 공모가 확정 다음날 거래가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클라르나 역시 뉴욕증시의 기업공개(IPO) 표준 절차에 따라 9월10일 첫 거래가 이뤄지고, 종목 코드는 'KLAR'로 결정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공모가와 업체의 총 발행 주식 수 3억7800만주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이 151억달러로 집계됐다. 업체는 이번 공모를 통해 3430만주를 매각해 13억7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른바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클라르나는 지난 2021년 약 46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으며 상장을 추진했지만 핀테크 업계 전반의 투자 심리 약화와 소파이를 포함한 주요 종목들의 주가 급락으로 인해 기업공개(IPO) 계획을 연기했다.
4년만에 다시 추진된 클라르나의 기업공개(IPO)에는 JP모간과 모간 스탠리가 주관사로 나섰고, 이들 투자은행(IB)은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 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 심리를 점쳤다.
지난 200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처음 간판을 올린 업체는 선구매 후결제(BNPL) 솔루션 이외에 직불카드를 포함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지출 행위와 습관에 깊숙이 관여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클라르나는 지난 2021년 상장한 또 다른 핀테크 업체 어펌(AFRM)과 흡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지만 차별화된 부분도 있다. 어펌이 이자 발생 구조의 대출형 상품에 주력하는 반면 클라르나는 소비자들이 결제를 네 번으로 나누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무이자 분할 결제(pay in four) 서비스에 집중한다.
이와 관련, 미즈호는 보고서를 내고 "비즈니스 구조의 차이 때문에 어펌이 클라르나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3년 6월을 기준으로 12개월 사이 클라르나와 어펌의 매출액은 각각 31억달러와 32억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어펌이 5200만달러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클라르나는 1억달러 적자를 냈다.
클라르나는 이번 기업공개(IPO) 투자 설명서에서 특히 미국 시장 진출과 관련해 성장과 수익성의 균형 잡힌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체는 2005~2018년 사이 1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미국을 포함한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 수익성 측면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클라르나는 IFRS(국제회계기준)의 잣대로 아직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거래 단가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즉 매출액에서 거래 비용을 차감한 값을 기준으로 할 때 흑자를 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업체는 회전식 신용 거래를 운영하는 은행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 은행업의 핵심은 신뢰에 있지만 전통적인 은행들은 연체료와 초과 인출 수수료, 돌려막기식 부채 장치 등 고객들을 희생시키는 갖가지 장치로 수익을 취해왔다고 세바스찬 시에미앗코프스키 최고경영자(CEO)가 투자 설명서의 서한을 통해 비판했다.
클라르나가 예상 범위보다 높은 공모가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확인시켰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식킹알파는 '지금이나 나중에도 매입하지 말라(Don't Buy Now Or Later)'고 조언했다. 업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 'BNPL'에 빗댄 표현으로 풀이된다.
핀테크 업계의 경쟁이 날로 악화되는 데다 이번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배구조 문제까지 맞물려 주가가 공모가 대비 25~50% 떨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식킹알파는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클라르나는 최근 분기까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고, 핀테크 업계의 과도한 경쟁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업체는 2025년 2분기 53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 1800만달러에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2분기 매출액은 8억23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났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확대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전체 연체율도 0.89%를 기록해 1년 전 1.03%에서 상당폭 하락했다.
이번 공모가 결정에 적자 확대가 크게 반영되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주식 거래가 시작된 이후 실적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뜨거운 관심 속에 상장한 피그마가 만족스러운 분기 실적을 내놓지 못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상태다.
한편 클라르나는 스웨덴에서 설립했지만 지난해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