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재부 내부망에 'AI 라운지' 신설
구윤철 부총리 지시로 한 달 만에 구축돼
"공감소통처럼 익명성 보장해야" 의견도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내부 게시판에 '인공지능(AI) 라운지'가 신설됐습니다. AI 라운지는 직원들이 생성형 AI 활용 경험과 정보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정부 부처 가운데 처음 시도되는 사례입니다.
기재부는 지난 2월 챗GPT(ChatGPT)와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접목한 자체 플랫폼 'AI 허브'를 구축한 데 이어 이번에 직원 참여형 게시판까지 열면서 AI 학습 문화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실명 운영 방식 탓에 벌써 '눈치가 보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라운지 개설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력한 지시에서 비롯됐습니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달 18일 2030 직원 모임인 '체인저스'와 간담회에서 "직원끼리 AI 정보를 자유롭게 교류할 필요가 있다"는 이세비 청년보좌역의 요청을 듣자마자 AI 라운지 신설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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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ChatGPT] 2025.09.16 plum@newspim.com |
구 부총리는 당시 자리에서 "AI는 정부 정책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라며 "부처가 앞장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재부가 AI를 유독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재부는 예산과 세제를 다루는 핵심 부처로서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인데 AI를 활용하면 보고서 작성, 정책 자료 검색, 국제 동향 분석 등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기재부는 세제개편안, 예산안 검토, 국제 협상 대응 등에서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했습니다. 최근에는 AI가 단순 업무를 대체해 직원들이 더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습니다.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기재부 한 사무관은 "챗GPT(ChatGPT)나 퍼플렉시티(Perplexity) 사용법을 유튜브로 공부하고 있다"며 "AI 라운지가 활성화되면 초보자도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사무관은 "종종 국장이나 과장님들이 두 서비스의 차이점을 물어보시는데, AI 라운지가 온라인 교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재부가 다른 부처보다 빠르게 시도하는 모습이 흥미롭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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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AI 라운지. [자료=기획재정부] 2025.09.16 plum@newspim.com |
다만 제도적 보완 요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한 과장급 관계자는 "공감소통 같은 사내 게시판은 익명으로 운영되는데 AI 라운지는 실명으로만 글을 올려야 한다"며 "막상 'AI 보고서 작성 꿀팁' 같은 글을 올리면 윗선에서 눈치를 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부처 특성상 실명 공개는 활발한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기재부 안팎에서는 AI 활용 문화가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단순히 공간만 열어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익명성 보장이나 정보 업데이트 같은 실질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 다른 과장급 관계자는 "AI 라운지의 개설 취지는 좋은데, 정작 사람들이 글을 올리지 않으면 보여 주기 식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기재부의 AI 라운지가 성공하려면 직원들이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입니다.
구윤철 부총리가 "정부 부처의 업무 수행 방식도 AI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이번 AI 라운지가 보여주기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진짜 AI 문화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 직원들의 참여와 제도적 뒷받침에 달려 있다는 평가입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