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 인지 사건이 문제…99%는 큰 문제 없이 처리돼"
"수사권 정리 후 보완수사 원칙 세워 사건 '핑퐁' 문제 해결해야"
"보완수사권 폐지되면 피해자는 물론, 무고한 피의자가 생길 수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모든 제도는 '체크 앤 밸런스'라고 합니다.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행사하면 남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것을 검찰이 통제해야 합니다".
박찬운(사법연수원 16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인권법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0년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법조계에 뛰어든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본부장·정책자문위원·상임위원 등을 지냈고, 인권법학회장 등도 역임했다.
박 교수는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국제연대위원장도 지냈다. 검찰개혁에도 찬성하던 그가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했다.
◆ "경찰 수사권 남용 문제 검찰이 통제…보완수사권 행사도 적극적으로"
박 교수가 생각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수사·기소를 분리해 경찰만 수사 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되 이들에 대한 통제를 검찰에게 맡기고, 검찰의 적극적인 보완수사권 행사를 통해 사건 처리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동안 검찰의 인지 수사로 문제가 생겼으니 이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며 "직접 수사 개시권은 독점적으로 경찰에게 주고, 경찰이 그만큼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면 수사권 남용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이것을 검찰이 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가 주장한 안은 '전건송치'다. 전건송치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검찰에 송치하는 제도로,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의무적으로 송치했다.
그는 "전건송치를 하면 이의신청 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며 "즉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폐지하고 모든 사건을 다 검찰로 넘기고, 검찰이 제한적으로 보완수사를 진행한 뒤 기소·불기소를 가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경우 검찰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검찰은 보완수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사건 처리가 빨라진다"며 "이미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긴급한 사건을 제외하고선 보안수사요구로 상당히 많이 가 있다보니 검찰과 경찰 간의 사건 '핑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수사권 문제가 정리되면 이러한 '핑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경찰에 미루지 말고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원칙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핑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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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 "보완수사권 폐지의 가장 큰 문제는 일반 형사사건"
박 교수는 검찰권 남용 방지를 위해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수의 사건이라 할지라도 검찰권이 남용되면서 사회에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는 이유에서다. 단 그는 이 소수의 사건이 아니라 99% 이상 형사 사건에서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동안 문제를 일으킨 검찰 사건은 100% 인지 사건이었다. 주로 '특수부' 사건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는 전체 형사 사건의 1%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현재 형사 사건 처리 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태로 지난 70~80년을 우리가 지내왔고, 하나의 형사사법 절차로 굳어졌다"며 "즉 이같은 제도적 운영을 통해서 99%의 사건들은 그렇게 처리돼 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일반 형사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시작해 기소·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은 직접 또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검찰은 보완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불기소를 결정하거나 기존 수사에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사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됐고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폐지됐다. 고소인·피해자·법정대리인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사건 기록은 검찰로 넘어가고 기록을 검토한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그동안 큰 문제 없이 사건이 처리됐는데 지금 검찰개혁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더 나아가서는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유지하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99% 이상의 일반 형사사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의 보완수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부연했다.
◆ "보완수사, 검경 능력 문제 아냐…'문제점' 막는 수단"
박 교수는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피해자는 물론, 무고한 피의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며, 보완수사요구권은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않고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여당과 경찰은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1년에 형사 사건이 200만건이 일어난다. 경찰이 아무리 수사를 잘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건은 빈틈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건은 수사를 잘못할 수 있다"며 "검사가 수사를 잘해서가 아니고, 경찰의 능력의 문제도 아니다. 제도 자체가 흠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구속기한이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지 않고 경찰에 넘긴다면 기한을 넘어갈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다고 해도 이미 사건을 종결한 경찰이 수사 미진 등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박 교수는 "지금 검찰개혁의 주된 방향이 '견제와 균형' 아닌가"라며 "이대로 가면 수사 개시는 100% 경찰이 하게 되는데, 검찰이 경우에 따라 적극적인 보완수사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경찰 수사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