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 투자 참여로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정치적 의미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종목명:INTC)이 부진한 사업 회복을 위해 애플(종목명:AAPL)에 투자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애플과 인텔이 보다 긴밀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며,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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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본사 [사진=블룸버그] |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인텔 주가는 수요일 장 마감 시점에 6.4% 상승했다. 장 후반에도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시간외 거래에서는 추가로 거의 2% 오르며 한 달간 27% 상승했다.
지난주 엔비디아는 인텔 주식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인텔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칩을 설계·제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소식으로 인텔 주가는 23% 급등했으며, 이는 1987년 10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었다.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인텔과 투자자들에게 8월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한 발표 이후 이어진 또 다른 호재였다. 지난달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도 인텔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미국 내 영향력 확대를 모색한 바 있다.
D.A. 데이비드슨 기술 연구 책임자 길 루리아는 마켓워치에 "인텔은 이미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았다. 여기에 애플까지 합류하면 미국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급업체로서 미래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리아는 이메일을 통해 "미국 정부가 개입하기 전에는 인텔의 차세대 14A 기술에 대한 핵심 고객이 없었고,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했다. 이제 엔비디아가 확보됐고, 여기에 애플까지 합류하면 반도체 제조에서 가장 큰 두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텔은 애플 외 다른 기업에도 투자 및 파트너십을 제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애플은 최근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진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생산이 해외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은 애플이 더 많은 생산을 미국 내로 이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벨리 펀드의 연구 분석가 류타 마키노는 인텔이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애플의 경우 "인텔 파운드리를 칩 제조의 보조 공급원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마키노는 "애플이 x86 기반 제품을 위해 인텔로 갈 가능성은 낮으며, 투자는 인텔 파운드리에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이번 조치는 정치적 성격도 갖는다. 애플이 미국 내 제조에 큰 투자를 약속한 것"이라며, "인텔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에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미국 정부의 추가 승인도 얻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마키노는 인텔이 애플에 투자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애플은 대량 반도체 생산 고객으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엔비디아와 애플을 투자자로 확보하면 "부진한 사업에 대한 상당한 신뢰를 시장에 보여주는 신호"가 된다고 덧붙였다.
인텔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애플 측은 언론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