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 사법당국이 2일(현지 시간) 러시아 석유 운반 혐의를 받는 '그림자 함대' 유조선의 중국인 선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유조선은 지난달 22일 저녁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공항이 정체 불명의 드론 침범으로 폐쇄됐을 때 이 드론을 발사한 선박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은 당시 코펜하겐에서 남쪽으로 약 90㎞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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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러시아 국영 해운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 소유의 유조선 SCF 프리모리호가 지난 2024년 4월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이날 그림자 함대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조선 '보라카이'의 선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선장은 중국인이며 선박의 국적을 밝히지도 않고 프랑스 경찰이 선박을 조사하는 동안 명령에 불응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프랑스 검찰은 밝혔다.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길이가 244m인 이 유조선은 여러 차례 이름과 등록 번호를 변경해 왔으며 현재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베냉의 국기를 달고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 유조선은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의 일부"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유조선이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이 선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폐쇄를 일으킨 드론을 띄운 범인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일 러시아 페테르스부르크를 출항한 이 유조선은 사건 당시 덴마크 해안에서 서쪽으로 항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에도 며칠동안 덴마크의 민간 공항과 공군 기지 등에 드론이 나타났는데 같은 시기 이 유조선도 덴마크의 서부 해안을 따라 항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와 프랑스 당국은 이 선박이 드론 사건과 연관돼 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 또는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FT는 "전문가와 유럽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유럽 여러 나라에 출현하고 있는 드론 중 일부가 선박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주된 이론"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폴란드 바르샤뱌에서 열린 안보포럼에서 "폴란드와 덴마크 등을 침범한 드론은 발트해의 선박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드론이 발트해의 유조선에서 발사됐다는 증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며 "(발트해 발사 드론은) 덴마크를 비롯해 주변국들이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 선박들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발생한 발트해의 해저 케이블 절단과 파이프라인 파손 등 사보타주(파괴공작) 활동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