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대미 관세에 영업익 반토막
관세 완화 후 내년부터 회복 전망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기아가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북미에서 하이브리드(HEV)와 SUV를 앞세워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국발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
기아는 31일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8조68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4622억원으로 49.2%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5.1%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비지배지분 포함)은 1조4225억원으로 37.3% 줄었다. 회사는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판매와 최대 매출"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관세 부담을 정면으로 맞은 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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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EV4. [사진=이찬우 기자] |
기아의 3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78만 5137대로 전년 대비 2.8% 늘었다. 북미 권역 판매는 27만9000대 수준으로 2%대 성장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카니발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 중심 차종 판매를 늘리며 시장 점유율을 5.3%까지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판매 믹스 개선도 외형 확대에 기여했다. 3분기 글로벌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6.3% 오른 3860만원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이 늘면서 대당 수익성이 높은 차량 중심의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친환경차는 이번 분기 실적의 핵심 축으로 꼽혔다. 기아의 3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한 약 20만4000대를 기록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는 약 11만8000대로 40% 이상 늘었고 전기차는 약 7만대로 30% 증가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6.4%로, 1년 전보다 5.4%포인트 확대됐다. 기아는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유럽에서는 전기차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기아는 3분기 실적에서만 미국의 25% 관세 적용으로 약 1조2340억원 규모의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관세 부담 외에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센티브 증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보증비(품질·A/S 비용) 추가 인식 등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실제로 3분기 매출원가율은 81.1%로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했다. 기아는 "관세 영향을 제외하면 원가율은 76.8% 수준으로 전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즉 구조 자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관세가 원가율을 급격히 끌어올렸다는 주장이다.
판매보증비와 R&D 비용도 늘었다. 신차 투입이 많은 구간에서 초기 품질 안정화 비용과 전자제어장치(ECU) 교체·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선제적 품질 캠페인 비용이 반영됐고, 전동화 및 PBV(목적기반차량) 등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연구개발 집행도 확대됐다. 이 영향으로 판매관리비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오른 13.8%를 기록했다.
관세 부담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3분기는 관세 영향이 본격화된 분기였다"며 "4분기 관세 영향은 3분기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재고에는 이미 25% 관세가 적용된 상태라 관세 인하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한미 협상에 따라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지는 구조이지만, 그 효과가 실적 숫자로 체감되는 시점은 2026년이 아니라 2026년 이전인 내년부터라는 취지다.
기아는 이번 분기를 '저점'으로 규정하며 4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전무는 "3분기 실적이 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4분기 실적을 보시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