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2000억달러…자동차 관세 10%p 인하
반도체 관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
의약품 최혜국 대우…'쌀·소고기' 추가 개방 막아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한미 양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관세·투자 패키지 협상에 합의했다. 협상은 자동차 등 핵심 품목의 관세 조정과 함께, 원리금 상환·이익 배분 구조를 포함한 대미 투자 조건을 포괄한다. 협상 결과는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협상의 핵심은 총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달하는 투자 패키지다. 이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로,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생산시설 확충 등에 투입된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에너지·인프라 분야 협력 자금으로 구성됐다.
한국 정부는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정·외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연도별 투자 상한제'를 도입했다. 2000억달러의 현금투자는 10년에 걸쳐 연 200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집행된다. 연도별 투자계획은 한미 양국 공동위원회에서 점검하며, 환율 급변이나 미국 내 투자환경 변화 시 조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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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투자 속도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외환시장 불안이나 재정 부담이 누적되지 않는다"며 "현금 투자 규모를 연간 한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이익은 한미 간 5대5로 배분된다. 단, 원리금 상환 이전에는 한국 측이 상환비율을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다. 협정에는 원리금 회수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 조항도 포함됐다. 미국 내 프로젝트별 투자비율과 위험조정 방식은 양국 간 양해각서(MOU)에 명시된다.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이번 투자에는 '엄브렐라(umbrella)형 SPC(특수목적법인)' 구조가 도입됐다. 개별 사업마다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던 기존 방식 대신, 하나의 모(母)회사를 두고 산하에 여러 자회사를 두는 형태다. 이를 통해 자회사별 손익을 통합 관리하고, 투자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분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환율 급등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해도, 모회사가 손실을 일정 부분 흡수해 전체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내 복수 산업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새로운 투자모델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관세 분야는 상당한 조정이 이뤄졌다. 우선 자동차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10%p 낮아진다. 상호 관세는 15%, 반도체 관세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합의했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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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2025.10.29 photo@newspim.com | 
쌀과 소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농업 분야는 한미 간 민감 품목으로, 미국이 요청한 검역 절차 완화에 대해서는 향후 별도 협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국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농축산물 등 민감 품목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충과 고용 창출을 이유로 한국산 첨단 반도체에 대한 관세 혜택을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동맹의 취지에 따라 전면적인 관세 철폐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농축산물 부문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한국은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을 막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한국이 시장 100% 개방에 동의했다는 메시지를 내놔 혼선을 빚었다.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시트는 아마 FTA 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3개월 만에 타결됐다. 한국은 대미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미국은 공급망 안정과 물가 대응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