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출산율은 그리스 이어 세계 두 번째
난임·고령 출산 원인…산모·태아 건강권 위협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다태아 출산율은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장려 정책의 한 축인 난임 지원 확대가 다태아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임신 이후의 사후 지원에 치우쳐 구조적 불균형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배혜원 전문연구원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 '다태아 정책 현황과 시사점'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다태아 출산 비중은 전체 출생아의 5.7%로 집계됐다. 분만 1000건당 다태아 출산율은 28.8건으로, 국제 다태아 출생 데이터베이스(HMDB)에 포함된 국가 중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분만 1000건당 0.67건으로, 조사 대상 국가 평균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기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해, 출생아 수 감소 속에서도 다태아 비중만 높아지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난임 지원 확대·고령 출산이 다태아 증가 원인
보고서는 한국의 다태아 출산율이 높은 배경으로 ▲출산 연령 상승 ▲난임시술(보조생식술) 이용 확대를 꼽았다. 다태아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5.3세로 단태아 산모보다 1.7세 높고, 난임시술 환자 수도 최근 6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확대와 건강보험 적용으로 시술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배아 이식이 이뤄지면서 다태임신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배 연구위원은 "난임 지원 정책이 출산 기회를 넓힌 측면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다태아 출산 증가라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2015년 배아 이식 수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최대 이식 배아 수를 줄였지만, 이후 10년 가까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영국·일본 등 주요국이 단일 배아 이식 원칙을 강화하며 다태임신율을 낮춘 것과 대비된다.

◆ "정책은 임신 전보다 출산 이후에 쏠려"
문제는 정책 대응이 다태임신을 줄이기 위한 '사전 관리'보다, 출산 이후의 의료·돌봄 지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돌봄 연속성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다태아 정책이 임신 전 단계보다는 임신 중·출산 전후 단계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미숙아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등은 확대됐지만, 현장에서는 다태아 가정을 기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돌봄 인력의 전문성 부족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정책은 늘었지만 실제 체감도는 낮다는 평가다.
◆ "임신 전 관리 강화로 정책 축 옮겨야"
배 연구위원은 다태아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임신 전 단계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설정하고, 다태임신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출산 이후 지원만으로는 다태아 가정이 겪는 신체적·심리적·경제적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며 "임신 전 관리 강화와 함께 다태아의 특수성을 반영한 의료·돌봄 인프라 확충, 근거 기반의 실태조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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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