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국내에서 크게 확산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고, 특히 자신의 권력 유지에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는 군이 명령을 듣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해외로 비상 탈출하는 '플랜B'를 세워놓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해외 탈출 계획은 한때 이란의 최고 동맹 중 하나였던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사례를 참고해 작성했으며, 알아사드와 마찬가지로 최종 망명지를 러시아로 정해 놓았다고 한다.

더타임스는 이날 서방의 정보기관이 작성한 '정보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하메네이의 '플랜B'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보고서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만 87세가 되는 하메네이는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동원한 군대와 보안군이 자신의 명령에 불복하고 시위대에 합류하거나 항명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최대 20명의 측근과 가족들을 데리고 해외로 비상 탈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란 혁명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서 수십 년간 근무했던 베니 브티는 "하메네이는 탈출 후 러시아 모스크바로 도피할 것"이라며 "그곳밖에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푸틴을 존경하며 이란 문화가 러시아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하메네이와 그 일행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 경로도 미리 다 계획해 놓았다"며 "여기에는 해외 자산과 부동산, 현금 등에 대한 대비책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201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메네이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총 950억 달러(약 13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란에서는 화폐 가치 급락과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더타임스는 "경제적 어려움이 촉발한 전국적인 시위가 이란 전역의 도시를 휩쓸고 있다"며 "성스러운 도시 쿰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쿰은 시아파 이슬람의 최고 성지 중 한 곳으로 이란 신정체제의 정신적·이념적 본산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시위대는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 민병대, 경찰, 군대로 구성된 진압 병력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탄 사격과 최루탄, 물대포 등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란 인권단체 등 지금까지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서방의 정보 보고서는 하메네이가 작년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이 전쟁 이후 하메네이는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최근 시위 사태가 갈수록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이전과 달리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더타임스는 "전쟁 기간 동안 하메네이는 벙커에 은둔하며 혁명수비대의 다른 고위 간부들과 같은 운명을 피하고 생존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이러한 편집증적인 성향이 군대가 이탈할 경우 이란을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