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6 가격 동결 전략 유지 쉽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을 찍었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오히려 원가 압박에 갇혔다. 인공지능(AI) 서버발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로 부품값이 뛰면서, 차기 플래그십 '갤럭시 S26 시리즈'는 전작처럼 출고가를 묶어 두기 어렵다는 전망이 커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잠정 실적을 통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20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부문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을 약 2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 분기 3조6000억 원 대비 약 44% 줄어든 수치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메모리 20% 시대'…AI폰의 구조적 부담
시장조사업체들 역시 스마트폰 제조 원가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10~15% 수준에서 최근 20%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AI 기능 고도화로 메모리 용량을 줄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제조 원가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까지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추가로 약 4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완제품 제조 원가는 8~10%가량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는 모바일 D램(LPDDR) 96Gb 제품 가격이 지난해 초 대비 70% 이상 상승했고, 스마트폰용 낸드플래시 가격도 약 100% 급등했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가격 압박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노태문 "가격 영향 불가피"…동결 시나리오 약화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이러한 부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부품 재료비,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우려"라며 "이로 인한 제품 가격 영향은 어떤 형태로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 인터뷰에서도 "전례 없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원가 부담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의 출고가를 동결하며 가격 부담을 최소화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부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며 부담이 누적된 만큼, S26 시리즈에서 같은 전략을 반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 노트북에서도 흐름 감지…AI PC로 확산되는 부담
실제 노트북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AI 기능을 앞세운 'AI PC'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노트북 제품군 역시 고용량 메모리와 고성능 저장장치 탑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이 스마트폰을 넘어 PC 제조 원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차세대 노트북 '갤럭시 북6 시리즈' 역시 이러한 환경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갤럭시 북6의 출고가가 전작 대비 최대 100만 원 가량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북6 시리즈의 가격을 출시 시점까지 확정하지 않기로 한 것도 D램·낸드플래시 등 핵심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품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사양 구성과 가격 정책을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만큼, 최종 가격 결정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가격 압박은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의 차기 아이폰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이미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레드미 K90 모델의 가격을 인상했고, 비보와 오포도 신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렸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