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환율전망] 1,150~1,230원 예상, ‘하방경직 속 상승과 반락의 공방’
하반기 환율은 상반기와는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중 전반적인 하락기조 속에 지낸 환율은 미국 달러화의 방향과 경제회복의 속도, 수급상황의 변화에 따라 기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하락 기조 속에 외환당국의 저항이 거셌음을 감안하면 환율의 하방경직성은 일정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정기간 상승 쪽으로 노선을 정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회복의 속도와 이에 따른 달러화의 향배가 가장 큰 관심사다. 하반기를 앞두고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 기조에서 탈피할 기미를 보인 흐름이 얼마만큼 지속성을 가지느냐가 관건. 아직 명징하게 달러화 약세 기조가 꺾어졌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수급상으로는 공급 우위의 기조가 지속되다가 4/4분기 업체 결제수요 등으로 수요가 앞선 전통적인 흐름의 재현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 대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달러공급이 시장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회복의 가속에 의한 원화절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반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은 희석된 상태며 내년 이후에나 경제회복에 의한 원화절상 효과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 1,150원 하방경직성, 고점 1,230~1,240원
하반기 환율은 일단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향후 고점찾기와 일시적인 반락의 과정을 거치는 그림이 예상된다. 올 들어 시장 전반을 지배한 환율 하락 기조는 장기적으로 아직 유효하다. 상승 기조로의 전환을 얘기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하락은 일정 수준에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중에 공격적인 하락세가 나타나리라 확언하기는 힘들다. 외환당국의 개입 때문이다. 번번히 추가 하락 시도에 제동을 건 당국은 상반기 저점(1,168원)을 감안하면 1,170원 밑은 거북살스러운 감정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지지선은 1,150~1,155원 정도로 예상된다.
일부 경제연구소 등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완전 (외교적)해결을 전제로 1,100원 부근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전제조건이 명확한 만큼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진단된다.
위로는 1,230~1,240원 부근이 대기매물 등으로 저항선을 형성한 가운데 상반기 북핵문제와 같은 돌발악재가 출현한다면 1,250원까지의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달러화 향방 주목, 약세와 강세사이
달러화의 향후 움직임을 놓고 시장 견해가 분분하다. 상반기 막판의 달러화 강세 전환 낌새가 탄력을 받을지, 그렇지 않으면 재차 고꾸라질지 시장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에 따른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적음을 근거로 한 달러강세는 하반기 미국 경제회복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라크공격이 끝난 이후 예상보다 경제회복의 기미가 빨리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하반기 중 미국경제가 크게 악화될 그런 여건은 아니다. 최근 경제지표가 약간씩 호전되거나 호조를 유지하고 있음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상반기 중 달러화 약세는 어느정도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강하다. 달러/엔은 바닥을 보고 유로/달러는 천장을 일단 봤다는 인식이 강해 앞으로 미국 경제 회복 속도와 강도에 따라 달러가치는 판가름날 전망이다. 다만 약한 달러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 미국 정부의 속내를 고려하면 달러화 강세도 제한선이 분명히 있다.
각국의 환율 전쟁은 하반기 좀 더 표면적으로 진행될 소지가 있다. 이같은 양상 속에서 달러/엔은 힘의 시소에 따라 많이 밀리면 115~116엔, 위로 솟구친다면 125엔 정도까지 상승이 가능해뵌다.
◆ 당국의 개입 경계감 여전할 듯
상반기 환율 움직임을 살펴볼 때 재정경제부는 내부적으로 정책기조를 정했다. 내수위축 등에 따른 경기 침체나 성장률 위축이 불가피함을 감안, 성장을 정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환율 하락은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 당국의 의지로 읽힌다.
외국인 주식자금이나 일부 달러 공급이 앞선 상황에서 당국의 딜레마가 커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등을 동원한 환율 방어수단도 분명히 있음을 과시한 당국의 태도는 하반기에도 변함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외부적으로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국 모두 자국 통화의 강세를 그다지 달가워하는 처지가 아니다.
◆ 수급상황의 변화
일단 3/4분기 시장 수급은 공급우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가 5월 흑자로 돌아섰고 사스여파도 가셔 수출이 크게 악화될 계기는 당장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 주식자금도 큰 악재가 없는 한 매수기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무역환경이 악화되고 세계경제의 침체가 하반기 중 조기에 거세될 기미는 없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며 9월 이후 정유사 등을 중심으로 한 달러수요가 차츰 강화되는 전통적 형태가 재현될 여지가 크다. 수급면에서 수요가 확실하게 우위를 보이면 환율의 상승도 강화된다.
일부에서는 하반기 수출이 늘어나도 수출기업 헤지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크게 늘어난 외화예금은 언제든 출회될 수 있는 대기매물로 역할하며 환율의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고점 매물 처리물량도 꽤나 쌓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기타 변수 및 변동성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의 돌발변수 발생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과 맞물려 큰 영향력을 과시한 북핵문제는 외교적 해결점 찾기가 한창이다. 불안한 기운이 완벽하게 가신 것은 아니나 시장을 뒤흔들만한 그런 기제는 아니다.
또 SK글로벌 사태나 카드채 문제 등도 어느정도 고개를 넘어서 더 이상 악화일로는 걷지 않고 있다. 노사문제 등이 일부 경제주체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으나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물론 돌발변수는 예고없이 다가온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경제내외부의 어떤 돌출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나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 경제내부의 메카니즘에 좀 더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환율 변동성은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진입을 앞두고 좁은 박스권에 갇힌 환율은 위아래 모두 제약요인이 상존, 큰 폭의 변동을 위해서는 커다란 모멘텀이 요구되고 있다.
[뉴스핌 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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