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서울 외환시장을 둘러싸고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이 엇갈려 있다. 추가 상승을 외치는 목소리와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견해가 팽팽히 맞서 있는 것. 다만 환율 변동성이 큰 장세가 전반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어느 정도 입을 맞추고 있다. 현재로서 환율은 뚜렷한 방향이나 추세를 잡기 힘들다. 지난 13일 그동안 유지됐던 일방적인 달러매도 심리가 일단락되고 2주여동안 40원 가량 큰 폭으로 상승했던 기저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의 출현이 있었다. 이 변수들은 달러매수가 편하다는 인식을 안겨주며 환율의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30원 오른 1,185.70원에 마감, 종가기으로 지난 8월 5일 1,187.90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켰다. 전주보다 13.10원이나 올라 조정보다 추가 상승에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27일 기준 환율은 1,185.80원으로 고시된다. 당초 달러 약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제사회 이벤트(APEC정상회담)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식으로 귀결된 반면 SK네트웍스 충당금관련 대규모 수요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국내외에서 달러수요를 촉발하는 변수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렇지 않아도 노심초사하던 시장은 “환율 상승에는 민감하고 하락은 조심스러운” 장세를 연출했다. 시장은 여전히 불안 심리를 내포하고 있다. 수급상으로도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기에는 제한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세나 방향설정을 위한 정밀한 탐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 달러에 영향을 줄만한 이벤트들이 즐비해 있고 국내 수급도 충돌하고 있다. 역외세력이나 외환당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도 중요 체크 포인트다. ◆ 시장예상환율 1,174.27~1,196.20원뉴스핌(Newspim)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 폴(Poll)을 실시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74.27원, 고점은 1,196.20원으로 집계됐다. 주중 예상 저점과 고점 가운데 최고치와 최저치를 뺀 나머지의 평균치도 일치했다. (※참고: [환율전망표] 주간 환율 전망치)이는 지난주 장중 저점(1,172.60원)과 고점(1,188.50원)보다 상향한 것으로 둘 사이의 간극도 크게 벌어졌다. 방향성을 재탐색하는 기간이되 변동성 확대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 우세했다. 조사결과, 위쪽으로는 5명의 딜러가 '1,200원'을, 1명이 ‘1,210원’을 고점으로 지목, 1,200원대 등정 가능성도 일부 열렸다. 이어 5명이 '1,195원', 3명이 '1,190원', 1명이 ‘1,188원’을 상승의 한계로 지목, 물량 부담이 추가 급등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래쪽으로 각각 6명씩이 '1,170원'과 ‘1,175~1,177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 1,170원대가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나머지 2명과 1명은 각각 '1,180원'과 ‘1,182원’을 하락의 한계로 들어 급등에 따른 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 전반적으로 환율 상승이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분위기가 뒤집어지면서 1,200원을 향한 발걸음을 뗄 것인지 시장 의견은 분분하다. ◆ 추가 상승 vs 고점 인식시장 의견이 분분하게 나뉜 것은 역외나 글로벌 달러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 심리가 불안한 것도 가세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1,190원은 다소 중요한 레벨이라는 인식도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지난 6월 하순 외국인이 국내 주식 매집을 시작한 환율이 1,190원대였는데 원화절상 추세에 기대 환헤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1,190원을 넘어설 경우 주식투자자금에 대한 헤지가 급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역외세력이 달러과매도 상태의 해소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어느정도 단기적인 포지션 정리는 이뤄졌으나 1,190원을 상향 돌파할 경우, 장기 매도포지션에 대한 추가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 류현정 한미은행 딜러는 “현재 절대레벨이 높긴 하나 포지션 재편이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며 “추세가 위로 돌았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포지션 재편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1,170~1,200원으로 넓게 바라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이성희 JP모건 딜러는 기술적으로 1,190원을 뚫을 경우 1,210원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재보다 약간 높은 1,190원이나 1,200원은 다소 오버슈팅(과대상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수요 우위의 상황이 크게 두드러지기 보다는 심리적인 면이 많이 개입했고 달러/엔이 115엔을 뚫고 낙하한 정도보다 달러/원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엔/원 환율은 2년 최고수준인 100엔당 1,080원대까지 올라섰다. 당국의 원-엔 디커플링(비동조화)의지가 빛을 발하기는 했지만 불과 한달 사이에 일본과의 펀더멘털차가 그렇게 벌어 졌는지도 의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의 큰 변동이 없는데 지난 금요일처럼 달러/원만 올라가는 건 이상하다”며 “엔/원이 펀더멘털을 반영한다 해도 한달만에 1,000원대에서 1,080원대로 올라서는 것은 비정상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근 BNP파리바 딜러도 “월말을 앞두고 매물이 실리고 위로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아래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 것”이라며 “주변정황이나 차트상 1,190원대로 올라서 고점을 확인한 뒤 달러 매도가 나오면서 밀리는 그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수급상황에 대한 세심한 파악 필요시계(視界)가 뿌연 장세에서도 시장을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보자. 현재 무엇보다 수급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환율 상승은 수급 불균형에 기인하는 측면이 컸기 때문.일방적인 하락기조에서 내년도 수출분까지 헤지 매도를 했던 업체들이 내놓는 물량은 크게 축소됐었다. 반면 그동안 미뤄져 있던 결제수요, SK네트웍스 관련 충당금수요 등과 역외 매수가 시장 수급을 흔들어놓았다. 당국의 시장 물량 흡수도 계속됐다. 일단 지난주 후반 업체 네고물량이 꾸준히 공급됐다. 월말을 앞두고 고점 인식에 다다른 업체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 홍승모 크레디리요네 딜러는 “결제수요가 유입된 데다 당국 개입, SK네트웍스 충당금 수요설 등으로 시중 포지션이 많이 꼬였었다”며 “그러나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1,150원대에서 매물을 많이 내놓아 팔 달러가 없었던 업체들 네고가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달러 과매도상태를 털고 과매수권으로 접어들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역내외 일부 세력이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구축하는 단계에까지 다다라 시중 포지션이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 하종수 외환은행 딜러는 “강하게 뜯는 것으로 봐서 역외에서 롱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고점 인식이 있는 것 같고 제자리를 찾는 과정을 거쳐 이번주는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 장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임현욱 도이치은행 딜러도 “역외에서는 이미 달러과매수(롱)로 돌아선 곳도 있고 1,190원대에서 달러를 산다는 것은 투기 세력의 작전일 수도 있다”며 “주초 1,190원대로 향하다가 매물벽에 부딪혀 낙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 이미 과도한 달러매수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에 이제는 달러과매수(롱)을 처분하는 장세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 아울러 국내 증시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도 관심사다. 그동안 가열차게 주식사자에만 열중하던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 한달여만에 가장 큰 규모의 순매도(거래소 1,979억원)를 기록했다. 그동안의 순매수 기조가 주춤한 가운데 이같은 양상이 추세로 될지,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알 수 없는 당국의 속내국내 외환당국의 자세는 환율 안정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급등락을 바라지 않고 현 수준에서 환율이 머물러 주기를 내심 원하고 있다는 것. 김진표 부총리는 지난 금요일 무역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아시아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이 있음을 시인했으며 다만 투기세력의 등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입이 단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당국의 입장도 그리 쉽지 않다. 환율 하락 방어를 위해 1개월전 역외시장을 통해 매수했던 역외선물환(NDF) 1개월물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 당국은 G7회담 직후 환율 하락 방어를 위해 현물시장은 물론 NDF시장에서도 꽤 많은 매물을 흡수했었다. 그러나 당국이 이를 만기연장하지 않으면 당시 달러를 팔았던 은행권에 매물이 쌓여 시장에 하락 압박요인이 된다. 이미 NDF시장에서는 이같은 요인을 감안한 달러 매수가 있으며 매물 부담을 덜기 위해 스왑시장을 통해서도 이를 조정하고 있다. 오는 30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NDF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는데 과연 30일 외평채 발행 물량으로 될 지는 미지수”라며 “다음주부터 서서히 이같은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다다음주면 그 부담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엔/원 환율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3일 서울외국환중개 고시 엔/원은 100엔당 1,085.16원으로 2001년 10월 11일 이후 최고였다. G7회담전후 당국의 디커플링 의지가 본격화되면서 본격화된 엔/원의 상승세는 최근 역내외의 손절매수 등이 가담하면서 한달새 80원 가량이 뛰었다. 일부에서는 1,100원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인우 도쿄미쯔비시 딜러는 “당국이 그동안 10대1 수준에서 형성된 레벨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 수출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영향으로 엔화 대출 기업들에서는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1,050원 수준에서 대출을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1,080~1,100원 수준을 이자율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는 레벨인 것. 이에 따라 원화와 엔화가 방향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들끓고 있다. 엔/원의 추가 상승을 놓고 당국도 고민되는 부분. ◆ 달러화 방향성 타진, 기타 변수 조합이와 함께 글로벌 달러화도 현재로선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고 증시 움직임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방적인 달러 약세 기조는 주춤한 가운데 아시아통화를 둘러싼 압력도 가중될 여지가 있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G20재무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이 “유연한 환율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도날드 에반스 상무부 장관이 중일 방문이 예정돼 있다. 에반스 장관의 발언 수위에 따라 아시아통화의 절상압력이 강화될 여지도 있다. 2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30일 미 상원에서 환율문제를 다루는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이에 가세한다. 미국은 위안화 문제를 ‘장기적’인 과제로 상정해 놓고 있다고 발언했으나 “유연한” 환율제도에 대한 주장을 쉽게 놓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달러/엔은 추가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다만 일본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점이 최근 위협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달러/엔이 급락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주 국내에서도 25일 현재 수출입동향(무역수지)나 29일 9월 산업활동동향, 9월 국제수지 등의 지표가 발표된다. 국내 경기나 수출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어느정도 시장에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