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국채 디폴트가 현존하는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 지적했다.
불라드 총재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재정 상황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경제에는 쇼크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디폴트 위협에 놓여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적자 축소 방안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단기 디폴트 상태도 용인할 수 있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어 큰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불라드 총재는 미국 정부의 기술적인 디폴트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외의 반응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일시적 디폴트 사태는 이자 지급을 며칠 지연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올해 예산 지출 축소와 관련한 민주 공화 양당의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고.
현재 미국 정부는 오는 8월 2일까지는 공공기금을 전용해 디폴트를 막을 수 있는 비상조치를 시행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틀 뒤인 8월 4일에 3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상환가능 여부가 주목되고 있으며, 뒤이어 8월 15일에는 27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250억 달러 이표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불라드 총재는 "미국 시장에 국한된 것이라면 그다지 많은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해외 시장 참여자들이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의 일시 디폴트 상황에 대해 글로벌 시장의 반향이 격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쇼크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미국 정부가 오는 8월 15일 만기가 되는 미국 국채와 일부 쿠폰의 상환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미국 국채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하향조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이후 미국 정부의 디폴트 사태가 해결될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은 다시 상향 조정되겠지만 아마도 지금과 같은 AAA 수준으로의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제 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미국의 AAA 신용등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또 미국의 디폴트는 미국과 세계의 금융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그러나 미국 의회가 궁극적으로 부채한도 인상에 합의, 어떤 형태의 디폴트도 피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의 수석 국가신용등급담당자인 데이비트 라일리는 "워싱턴 정가로부터 전해지는 정치적 움직임은 분명 신용등급 우려의 근원"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부채한도와 관련해 연방정부가 일시 문을 닫는 등의 이전 경험으로 정치권이 결국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있다"고 덧붙였다.
'제한적 디폴트(restricted default)'는 채권발행기관이 채권에 대해 상환(지급)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부도(bankruptcy)는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피치는 부채한도가 8월 2일까지, 또는 다른 국채의 상환 만기일까지 인상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감시대상(rating watch negative)'로 분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의 경고는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조속히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의 메리 밀러 금융시장담당 차관보는 성명서를 통해 "오늘 피치의 보고서는 부채한도 증액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미국의 역할에 부합하는 결정적 조치로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주 무디스도 진전이 없는 부채한도 증액 문제와 관련, 미국의 단기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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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