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이 집행되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게 되더라도 그리스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며 금융권의 취약성이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3일자 기사를 통해 구제금융 이후에도 그리스 금융권의 자본 부족사태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들 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유럽 차원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리스 5대 주요 대출은행들의 핵심자기자본인 '티어원(Tier 1)' 비율이 평균 9%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그리스 국채에 대한 헤어컷이 발생할 경우 사태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예컨대 그리스 내셔널 은행의 경우 자본금의 218% 수준까지 그리스 국채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UBS에 따르면 오는 2013년 그리스 국채에 대한 자본감소(헤어컷) 비율이 40%로 결정될 경우 바젤III 규약에 따라 8%의 핵심티어원 비율을 적용할 때 그리스 은행권은 약 84억 유로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당분간 이론적인 우려로 남게될 전망이다. 유로존은 현 시점에서는 그리스 채무에 대한 헤어컷을 실행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큰 우려는 은행권의 자금조달 가능성이다.
그리스 금융시스템은 비교적 예금대비 대출 규모가 120% 수준으로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수준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지난해 예금 규모가 440억 유로 수준으로 크게 줄면서 그리스 은행들은 정규 금융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로 인해1350억 유로의 자금조달 갭이 발생했으며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자금 지원으로 메꾼 상태다.
이론적으로는 그리스 은행권은 ECB로부터 무제한적인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의존도를 낮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올해 그리스 은행권은 채무를 110억 유로 규모 줄어든 870억 유로까지 끌어내렸고 130억 유로 규모의 자금을 외부에 예금형태로 맡겨두고 있다.
그리스 은행권은 소비자 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고 400억 달러 규모의 비핵심자산 매각 등으로 기업대출을 줄이지 않고도 레버리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은행권 레버리지 완화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이들 은행이 보유한 해외 자회사들을 매각할 경우 유동성은 증가될 수 있으나 수익성은 악화돼 자국내 은행들의 부실을 충당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은행간 구조조정 및 통폐합이 일어날 경우 높은 비용절감으로 인해 시장 신뢰도는 회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다할 진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 내셔널은행은 지난해 알파뱅크 인수를 추진했으나 부결된 이후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 그리스 은행권은 충분한 유동성 상태를 즐기고 있지만 상황은 예측이 불가한 모습이다. 특히 대출 확대가 어렵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예금이탈 가능성은 충분한 신용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ECB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 한 그리스의 부실은 더욱 확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양화를 투입해 부실을 메우는 것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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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