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김사헌 기자] 이번 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쇼크 치료법'과 같은 과감한 조치보다는 점진적인 경제 지원 강화를 위한 의지를 드러낼 것이란 좀 더 현실적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1일자 주요 외신들은 26일로 예정된 잭슨홀 연설에서 버냉키 의장은 최근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부진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아직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다는 점을 시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주말 골드만삭스는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아래로 낮추었다. 3분기는 불과 1%, 4분기도 1.5%로 각각 이전 2%보다 하향조정한 것인데, 골드만 측은 이번 달에만 성장률 전망치를 3차례나 하향조정했다.
◆ 금융시장, 크게 실망할 수도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년간 제로금리 유지를 약속하는 이례적인 대책을 내놓은 이상 추가적인 쇼크 요법은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연준의 추가 카드에 대해서는 이미 버냉키 의장이 언급한 바 있어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또한 이번에 버냉키 연준 의장은 실업률을 비롯한 미국의 성장 부진과 함께 유로존 채무위기와 같은 리스크 요인에 대해 연설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TD 증권의 밀란 뮬레인 이코노미스트는 대고객 논평 보고서를 통해 "버냉키 의장은 이번 연설을 통해 부진한 미국의 성장률에 대해 여전히 방어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며 적절한 대응책을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마이클 핸슨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잭슨홀 때에도 버냉키 의장은 추가 양적완화를 약속한 적은 없으며 단지 추가 완화정책의 문을 열어두는 정도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핸슨은 "지금은 연준이 정책 기조를 재검토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버냉키 의장의 연설은 금융시장에 큰 실망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 씨티그룹의 스티브 위에팅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차 양적완화는 주로 증시만 부양했을 뿐 경기 부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주가 상승분도 반납되고 있어 부담이다.
위에팅은 "추가 양적완화가 단행되더라도 증시가 일시 반등했다가 2012년 실적 전망 악화 때문에 다시 하락할 수 있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 처럼 경제전문가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는 방안은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이번 잭슨홀 연설을 통해 추가로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버냉키 의장은 좀 더 방어적인 자세로 위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경제, 물가 여건 변화와 내외 비판도 변수
특히 추가 양적완화의 경우 지난 제2차 양적완화 실시 때와는 물가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따라서 추가로 국채를 매입할 경우 동시에 은행지준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식으로 유동성이 더 풀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추가 국채 매입이 아니더라도 보유한 국채 중에서 만기 도래할 경우 장기 국채로 갈아타는 것도 시중 금리를 억제하는 수단이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중단기 국채를 장기로 교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편, 연준의 국채 매입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고 나아가 국제 상품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것이란 외부의 비판과 연준 내의 강경파를 자극하지 않은 것도 버냉키 의장의 과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공화당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한다면 '반역행위'가 될 것이라거나 거래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부담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과거에도 정치적 외압과 무관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경제적 취약기에 이런 비판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김사헌 기자(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