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이 부채위기 해소 근본 치유책 아냐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을 앞세워 강세 흐름을 연출했던 스페인 국채 시장에 한파가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이후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한 가운데 경제지표가 악화,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유동성이 부채위기 해소를 위한 근본 치유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국채 가격 상승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4일(현지시간) 실시한 26억유로(34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서 매수 기반이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스페인은 이날 2015년 만기 국채를 평균 2.89%의 금리에 발행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발행금리인 2.44%에서 상당폭 오른 수치다. 2016년 만기 국채 발행 금리 역시 4.319%로 전월 3.376%에서 크게 상승했다.
스페인의 자금조달 비용과 유통시장의 국채 수익률은 ECB가 1조유로 규모의 은행권 대출을 실시하면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2월8일 ECB가 장기 저리 대출 계획을 발표한 이후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은 95bp 떨어졌다. 스페인 은행권의 국채 보유 물량은 지난해 11월 1780억유로에서 1월 말 2200억유로로 급증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 인베스트먼트 뱅크의 피터 차트웰 채권 전략가는 “이번 스페인 국채 발행은 ECB의 대출이 효력을 잃기 시작했다”며 “스페인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은 가격에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매니징 디렉터는 “이날 국채 발행은 일종의 터닝포인트”라며 “특히 발행 규모가 작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였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올해 총 1861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가 올해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총 290억유로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220억유로에서 늘어난 것으로, GDP의 2.7%에 이르는 금액이다.
업계 전문가와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스페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마리아노 라조이 스페인 총리는 국채 수요 위축과 관련, 극단적인 난국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막힐 리스크는 이론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기 시작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토니 샌더스 교수는 “스페인의 부채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실업률을 포함한 경제 펀더멘털은 악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정황은 경제적인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며, 스페인은 글로벌 경제에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