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전문가들, 공공연히 의문 제기
[뉴스핌=우동환 기자] 잭슨홀 연설을 통해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벤 버냉키 의장의 통화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주말 잭슨홀 심포지움에서 주요 경제전문가들과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추진하고 있는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에 대해 이전보다 좀 더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지난 31일 버냉키 의장은 잭슨홀 연설을 통해 취약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 완화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필요하면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사진=AP/뉴시스] 8월 31일 잭슨홀 심포지움 회장 밖에서 만난 벤 버냉키 의장(좌)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중앙은행 총재(우) |
◆ 연준 저금리+양적완화 효과 의문 제기
하지만 경제전문가들과 중앙은행 정책 관계자들은 연준이 지난 4년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이례적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결국 미국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민주당 측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도널드 콘은 심포지움 패널로 참석 "왜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화된 정책을 사용하고도 거의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연준 부총재로 활동하며 벤 버냉키 의장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지적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연준이 미국 경제가 직면한 역풍으로 지목하고 있는 유럽 채무위기와 가계 부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연준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해했다.
버냉키의장은 연준의 정책 수단이 장기금리를 낮추고 주식과 여타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연설문의 각주를 통해 연준의 분석모형에 따르면 초저금리와 자산매입 등 정책을 통해 완화된 금융 여건을 통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산이3% 이상 더 증가했으며 2백만 명의 고용 효과를 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연준의 판단 근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준이 주장하는 2백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에는 일부 함정이 숨어있다는 주장이다.
연준은 컴퓨팅 시뮬레이터를 바탕으로 결론에 도달했지만 이는 회복기에 미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 과대 평가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는 고용 문제에 대해서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위기 상황에서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가계의 부담은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피 교수는 가계는 일단 부채를 먼저 털어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그리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역임한 에드워드 레이지어 스탠퍼드대 교수는 버냉키 의장의 편에 서서 미국의 고용 문제는 구조적인 결함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고실업률은 수요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가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동료들이 모두 이런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프리 랙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리치먼드 지역의 노동자들은 고융주들이 원하는 기술을 갖추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하는 사안으로, 랙커 총재는 고융주와 노동자들의 이런 불일치를 개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통화정책으로 이런 비용을 제거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정책 패배주의에 대해선 경계
한편, 버냉키 의장이 더이상 완화정책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쪽과 추가적인 완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쪽 사이에 끼인 상황이 되자, 정책 관계자들 일부는 중앙은행의 좀 더 강한 정책적 대응에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번에 영란은행(BOE) 정책위원 임기가 끝낸 아담 포센은 중앙은행이 스스로 부과한 '금기' 때문에 필요한 완화정책을 못할 때가 있다면서, 강력한 정책결정을 막는 정책 '패배주의'가 애석하다고 발언했다.
또 버냉키 의장의 결정에 항상 찬성해 온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한 대담을 통해 연준의 추가 완화가 임박했다(a close call)고 발언했다.
버냉키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알려진 콘 전 부의장은 의심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완화에 나서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한 작은 부양 효과라도 얻을 수 있다면 추가 완화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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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