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계속 초저금리에다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채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 격차에다 환율 전쟁에 따른 환 차익 기회가 열렸다는 판단 속에 최근에는 현지통화 표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머니 무브'의 첨단에 있는 신흥시장 채권과 통화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註>
[뉴스핌=권지언 기자] 신흥국 채권은 상대적인 수익률 및 재정 건전성 매력을 내세워 거침없는 인기몰이 중이다.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에 힘을 쏟는 동안 투자자들이 이들 선진국 대비 수익률이 높은 신흥시장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 신흥국 재정 상황은 선진국보다도 건전한 편으로,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선진국의 113%보다 낮은 3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가 내놓은 올해 신흥시장 국채 발행 전망치는 3140억 달러로 종전 전망치 2930억 달러에서 늘었을 뿐 아니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흥시장 채권펀드의 대표지수인 JP모간 이머징국채지수는 올 들어 이미 15.2% 오른 상태다.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시장 중에서도 금리가 낮고 개발이 덜 된 국가일수록 자금이 더 몰리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굶주린 투자자들이 수익률과 리스크를 추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이라크, 벨라루스, 파키스탄 국채는 올 들어 각각 21%, 24%, 31% 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특히 그 중에서도 멕시코가 긍정적인 경제 성장 전망 등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멕시코의 10년물 수익률은 약 2.5%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국채 수익률이 올라 리스크가 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지금과 같은 신흥국 채권 인기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현재 미국채 대비 이머징 국채 스프레드는 274bp로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여전히 위기 이전 저점인 165bp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아문디 이머징채권대표 세르게이 스트리고는 "(신흥국 채권) 버블이라 부르기 위해서는 스프레드가 더 낮아져야 한다"면서 "스프레드 차원에서 신저점을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흥국 회사채 인기도 고공행진
특히 신흥국 채권 중에서도 회사채의 발행은 더욱 봇물을 이루는 모습으로, 남미 기업채의 경우 올해 미국서 발행한 규모는 사상 최대액을 기록한 상태다.
4일 공개된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세계 최대 구리생산업체인 칠레의 코델코, 멕시코 화학업체 멕시켐이 미국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는 총 684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날 FT는 남미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장기물 대규모 채권 발행의 경우 미국 시장의 여건이 더 좋다고 평가했다.
페이든앤라이겔 소속 고수익 포트폴리오매니저 사부르 모이니는 “미국에서의 장기 차입비용이 남미에서보다 훨씬 적고 투자자들도 다각화 돼 있다”면서 “무엇보다 유동성이 풍부한데 미국 투자자들은 (남미 회사채와 같은) 고수익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남미 회사채 발행의 대부분은 투자등급 기업들로, 평균 수익률은 4%를 웃돌고 연초 대비 수익이 12.4%를 기록했다. 이는 비슷한 등급의 미국 회사채 평균 수익률이 2.7%, 연초 대비 수익이 4.06%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던 폴 드눈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신흥시장 채권담당 이사 역시도 고수익 채권과 신흥시장 회사채가 매력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지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의 경우 브라질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러시아, 터키 등을 주목하라고 강조했고, 달러표시 채권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브라질, 멕시코를 추천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