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대부업체 입찰참여에 의구심 제기
[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11일 예금보헝공사는 예성, 예솔, 예한솔저축은행 등 3개 가교저축은행의 지분매각 입찰 공고를 실시했다. 가교저축은행 매각이 3년째 지지부진한 만큼 올해에는 기필코 매각에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예보는 예비인수자의 실사를 거쳐 4월 중에 최종 입찰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적격 인수자로 고려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수익성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이유로 저축은행 인수를 외면하고 있는 반면 에이앤피파리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 러시앤캐시를 비롯한 대부업체들은 가교저축은행에 대한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선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시장 상황, 영업구역 및 자산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찰 대상으로 인수 매력도가 높은 가교저축은행 3개사를 선정했다.
이번에도 이들 저축은행 매각에는 대부업체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가교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했던 러시앤캐시를 비롯해 몇 곳의 대부업체가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의지는 대부업체가 강하다"면서 "러시앤 캐시 외에도 다른 대부업체가 가교저축은행에 관심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계가 주축인 대부업체들은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 조달되는 자금 외에 대부분을 주로 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다. 수신기능을 가진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조달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경우 다른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4% 금리에다가 마진이 붙게 된다"면서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마진 만큼 조달비용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러시앤캐시를 비롯한 대부업체들은 국내에서 대부업을 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축은행 운영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법적 자격이 되면 대부업체를 포함해 어떤 금융회사도 가교저축은행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예보가 제시한 입찰참가 자격은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 의한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는 자다.
하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러시앤캐시의 과거 저축은행 입찰 참여 사례를 볼 때 저축은행 인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가교저축은행인 예쓰저축은행(2번), 예한별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아울러 가교저축은행이 아닌 시중저축은행에도 수차례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번번히 실사 후 가격협상에서 딜(Deal)이 깨졌다.
예를 들어 A저축은행 매각에 참여한 러시앤캐시는 100억원 수준인 입찰가격을 50억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 실사에만 참여한 후 입찰가격을 반으로 후려치는 방법으로 가격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러시앤캐시가 진정성 있는 인수보다는 실사 후에 얻을 수 있는 학습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러시앤캐시가 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했을 당시 실사 후 가격협상에서 딜이 깨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형식상은 가격이지만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등이 암암리에 고려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수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을 후려치는 전략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된다"면서 "실사 후 자산상태를 보고 난 후에 얻을 수 있는 학습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