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친 도박' 日銀에 맞불 놓을지 주목
[뉴스핌=김선엽 기자] 일본은행이 지난 4일 과감한 통화완화조치들을 쏟아낸 가운데 서울 채권시장의 이목은 다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지나친 도박'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일본은행을 쫓아 한은이 뒤늦게 환율전쟁에 동참할지 아니면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하며 정부와 여당 그리고 시장의 전방위 압박을 이겨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이날 김 총재가 서별관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채권시장은 대북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에도 불구하고 강세 일변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한은이 뒤늦게나마 환율전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동안 한은은 환율 문제대응에 매우 미온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4일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이슈를 분석한 총 12개의 파트 중 4개가 환율과 관련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엔화 약세가 우리나라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의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주요국 중앙은행 양적완화정책의 영향', '최근 일본은행 통화정책 완화의 주요 내용' 등이다.
다소 중복되는 인상까지 주면서 환율문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이 4월 금리인하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사전적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에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총 9개의 이슈분석 파트 중 환율과 관련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 3월 금통위의사록에서도 한은의 인식변화가 드러난다. 아베노믹스를 통화전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한 금통위원의 질문에 한은 관계자는 "통화전쟁이라는 용어는 정립된 개념이 아니다"라면서도 "일본의 통화 완화정책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김 총재가 '환율전쟁' 등의 직접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유동성의 팽창에 대한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의 불가피한 조치로서 금리인하의 명분을 설명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게다가 오늘(5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첫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역시 "글로벌 환율갈등과 아시아를 둘러싼 통상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엔저문제를 우려하고 나섰다.
대신증권 김세훈 애널리스트는 "BOJ는 이번 결정으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를 모두 한꺼번에 내놨다고 볼 수 있다"며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남기기 싫은 한은에게는 체면을 세워줄 빌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김 총재가 강단있게 의외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한 나라의 경제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인하론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저금리의 폐해 등을 언급하며 인하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김 총재가 "아베노믹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조기퇴임한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시장의 예상대로 서별관회의와 뜻을 같이할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의 분위기가 날로 무거워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