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기피와 개인투자자 경계 우려
[뉴스핌=이영기 기자] 일반투자자는 물론 은행권도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는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도 축소가 예상되는 2014년 회사채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진단된다.
올해 연중에는 대손충당에 대해 비교적 완화된 기준이 연말부터는 원칙적으로 적용돼 은행권은 신용위험에 더욱 민감해지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금리도 상승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계기업들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22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기준 30대 그룹중에서 비금융사 부채비율이 150% 이상인 주요 그룹은 한진, 두산, 동부, 동국제강, 현대, 효성, 대우조선해양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다.
이들 그룹이 내년도에 맞이 하는 회사채 만기도래분은 한진이 1조6100억원, 두산이 9930억원, 동부가 8410억원, 동국제강이 6700억원, 현대가 6210억원, 효성이 5650억원, 대우조선해양과 금호아시아나가 각각 3000억원씩이다.
이중 회사채 시장을 긴장시키는 내년 2월 만기도래분은 두산그룹이 4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다음이 한진그룹과 동국제각이 각각 3000억원씩, 동부가 900억원, 효성이 500억원.
A등급 이하 회사채의 만기도래 구조를 봐도 총 15조9000억원 내외에서 2월에 2조9100억원이 집중된 상태다.
한라, 동부건설,두산건설, CJ건설, 코오롱글로벌, 대성산업 등 BBB등급의 건설관련 회사들도 내년도 만기도래분 총 9550억원 중 1900억원이 몰려있다.
내년 5월 1000억원이 만기도래하는 대성산업의 경우 디큐브시티 호텔 등 1400억원 규모가 조만간 매각되면 금융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반면 내년 만기규모가 3300억원 및 2500억원, 1600억원, 1350억원인 한라와 두산건설, 동부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어떻게 상환될지 두고 봐야 한다.
삼성증권의 최종원 애널리스트는 "BBB등급 건설사 회사채 만기는 2~4월과 6월, 9월에 집중돼 있다"면서 "주로 한라, 코오롱글로벌, 두산건설, 동부건설 등 4곳의 회사채 만기로 구성돼 있는데 상환방법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회사들의 업황이나 개별 재무구조에 의한 상환이나 차환부담도 있지만, 투자자들도 올해와는 다른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경계감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동양사태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의 모집을 통한 발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
전날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불완전판매 여부에 더욱 촉각을 세운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나아가 그간 정책금융기관에서 지원하던 양태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바젤III등으로 자본규제를 받게되고 정책금융공사와 통합 등으로 KDB산업은행도 선별정도를 강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애널리스트는 "분명 지원대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에는 선별작업을 거쳐 지원대상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처럼 채권은행이나 투자자의 손실을 어느정도 통감하게 한 후 지원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은행권도 산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연중에 완화적용되던 대손충당금 설정기준이 연말부터는 원칙대로 적용될 것이고 이후에는 은행권도 신용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한은이 조사하는 은행권의 대출태도에서도 향후 기업에 대해 은행은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투자자 행태의 변화에 더해 내년은 자본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이제는 그 궤를 달리하면서 축소되고 그러면 그간 유동성도 위축되면서 금리가 올라간다면 회사채의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내년 2014년이 회사채의 진짜 위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한 회사채 시장 전문가는 "유동성 축소가 진행된다면 투자자들의 선택폭과 방향이 달라진다"면서 "회사채 중에서도 낮은 등급은 이제 설 자리가 더욱 더 좁아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것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간접조달에서도 모두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