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폭스, 타임워너에 입질했다 거절당해.."디지털 시대 경쟁력은 몸집 키우기"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미디어 업계 대형 인수합병(M&A) 빅뱅이 가속화하고 있다. 단순히 미디어 업계 내에서 먹고 먹히는 식이라기보다 디지털 혁명이 가져오는 변화의 그림으로 크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시대와 함께 개시됐던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더욱 가지를 넓혔으며, 디지털이 가져오는 시대 변화에 경쟁력을 키워 버티지 못하면 기존 미디어 강자라고 먹잇감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상황이 됐다. 거물들은 직접,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잡음도 나지만 업계 내부에 경각심도 야기한다.
◇ 머독, 타임워너에 800억달러 입질
올해 83세인 호주 출신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Keith rupert Murdoch)의 야심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제프 뷰크스 타임워너 최고경영자(CEO)(좌)와 루퍼트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우). 뉴스코프 산하 21세기 폭스가 지난달 타임워너에 인수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 |
타임워너 측은 "현금과 주식교환 등을 통해 인수를 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최선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사회에서 현재 이 건에 대해 더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1세기 폭스가 다시 입질을 할 것인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분명한 건 뷰크스 CEO가 타임워너의 매각과 관련해 계속해서 압박을 받을 것이란 점이다. 뮤추얼 펀드 등을 포함한 타임워너 주주의 70% 가량은 또 21세기 폭스의 주주들이기도 하다.
머독의 욕심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관계자들이 "머독은 이 조합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합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21세기 폭스 쪽에선 양사의 합병이 10억달러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다고 한다.
타임워너는 스스로 지난 2,30여년간 M&A의 격랑을 몸소 겪어 왔다. 1980년대 타임과 워너가 합쳐진 것부터 해서 1650억달러 규모의 아메리카온라인(AOL) 인수는 그야말로 '세기의 결합'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 년간 타임워너 왕국은 해체되고 있다. AOL과 타임워너 케이블을 떼어 냈고 가장 최근엔 출판 사업부인 타임과 포춘 등을 분사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의 뼈대만 남겨 놓았다. 이에 따라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타임워너가 (사들이기에)매력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왔다.
그렇다면 뷰크스 CEO가 다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있을까.
뉴스코레이션이 이미 사들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뷰크스 CEO는 21세기 폭스가 제시한 금액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을 뿐 매각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은 아니며, 다만 지금 당장 매각을 서두를 것 같지는 않다고 알려졌다.
◇'미디어 업계 늙은 여우' 머독의 인수는 계속된다
만약 타임워너가 이번 제안에 "예스(Yes)"를 외쳤다면 그야말로 거인 중의 거인 미디어가 탄생하게 될 뻔했다. 폭스와 폭스뉴스, TNT, TBS와 유료 구독 채널인 HBO, 영화 스튜디오 20세기 폭스, 워너 브러더스를 비롯해 쟁쟁한 미디어가 한 우산 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폭스는 최근 스포츠 방송권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고, 타임워너 역시 대학 농구와 메이저 리그 중계 등에 특장점을 갖고 있어 이 부분의 시너지도 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매출만으로 합하면 650억달러가 된다.
폭스뉴스를 소유하고 있는 21세기 폭스가 타임워너를 샀을 경우 CNN를 따로 파는 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출처=뉴스버스터스) |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1세기 폭스는 인수가 성공할 경우 타임워너 계열의 뉴스 전문 채널 CNN을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는 폭스 뉴스와 직접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데다 독점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선 CNN을 팔아야 한다는 논리.
머독 회장과 21세기 폭스의 체이스 카레이 대표는 제프 뷰크스 타임 워너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이런 의사를 전달했고 그밖의 인적, 물적 구조조정도 꾀했으나 타임워너의 핵심 경영진이나 각 계열사의 경영진들은 그대로 고용을 승계하는 안도 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머독의 미디어 사냥은 지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년만 굵직한 것만 돌아봐도 2003년 디렉TV 인수, 2005년의 마이스페이스 인수에 이어 2007년엔 WSJ을 발행하는 다우존스& 컴퍼니를 50억달러에 사들였고 2011년엔 샤인 그룹을, 2012년엔 호주 페이 TV 등을 샀다. 2013년엔 주주들의 압박에 못이겨 왕국을 둘로 나누기도 했다. WSJ과 뉴욕포스트 등 신문사 그룹을 급성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분리한 것이다. 머독 회장은 여전히 두 그룹 모두에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합종연횡은 '불가피'
재력과 야심을 가진 머독의 시도는 차치하더라도 디지털 혁명 등 산업 내적으로 팽배해 있는 변화의 욕구가 M&A로 촉발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엔 미국 2위 통신 업체인 AT&T가 위성방송 1위 사업자인 디렉TV 인수 과정을 완료했다. 작년에도 M&A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미국 내 발행부수 1위 전국지인 USA투데이가 160년 역사를 갖고 있는 벨로(Belo) 미디어 그룹을 샀다.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 역시 매력적인 매물로 얘기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미디어 업계의 경쟁은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 야후, 애플 등이 모두 미디어에 진출하려 하고 있으며 기존 미디어는 이에 맞서 몸집을 키우며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 |
특히 넷플릭스, 야후, 구글 등이 모두 TV와 영화, 디지털 동영상 등의 사업에 뛰어들고 있고 점점 디지털 이 전통적인 방송과 영화 등의 영역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타임워너, 21세기 폭스, AT&T, 디렉TV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합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21세기 폭스와 타임워너가 합쳤을 경우 순익은 구글이 내고 있는 140억달러에 못미친다. 그러니 구글이 미디어 업계까지 평정하지 않게 하려면 합쳐야 한다고 말한다.
니만랩은 이 뿐 아니라 콘텐츠 소비자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위해서도 합종연횡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점점 TV와 위성, 케이블, 영화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이런 가운데 디지털화하는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구매력(Bargaining power)를 위해선 합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