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과감한 투자의사 결정시 오너 부재로 쉽지 않다"
[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기업 오너에 대한 가석방을 적용해야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재계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청와대에 기업인 가석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논란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여당에서는 “기업인 가석방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오는 29일 이와 관련 내용을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고 야당에서는 비판적인 논평을 쏟아내는 중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가석방 논란에 가장 민감한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모두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가석방은 형기 만료 전 조건부 석방 제도를 말한다. 징역 기간 중 3분의 1이 이상이 경과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반성의 태도가 현저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가석방이 가능해진다. 가석방이 되면 구금상태에서는 풀려나지만 거주지 제한 등 일정 제약이 따른다.
이미 최태원 회장은 징역 4년 중 694일을,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 3년 6개월 중 611일을 수감해 가석방 조건을 채웠다.
SK그룹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나온 이야기인 만큼 뭐라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인 만큼 내부적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구속 이후 중요한 투자가 줄줄이 중단된 상태다. 2011년 6조606억원이었던 투자 규모는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지난해 4조928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오너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인수합병(M&A)는 대부분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정치권에서 가석방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너의 가석방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경쟁력 측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절실하게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과감한 의사결정과 투자 결정이 있어야 하는데 오너의 부재로 쉽지 않다. 가석방 검토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너가 부재중인 기업들의 실적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오너가 부재거나 재판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30대그룹 내에서도 적지 않다. 이들이 오너의 부재를 이유로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을 미루는 상태라면 경제 성장의 잠재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 파기환송심 끝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석방 되자마자 삼성그룹과 정유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넘겨받는 2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킨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투자와 M&A에 소극적이던 한화그룹이 오너가 풀려나자마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재계에서 오너의 가석방 논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직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상태고, 병보석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여전히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 외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중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나 1심을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항소심을 진행중인 강덕수 전 STX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도 가석방 심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가석방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 오너에 대한 가석방이 집행된다면 향후 가석방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재판에 시달린 기업들이 이번 가석방 논란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대기업 오너라는 이유로 가석방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이런 논의가 당장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떠나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