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日서 명예회장으로 퇴진…신동주 전 부회장 등 이사회 장악 시도
[뉴스핌=강필성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의 롯데홀딩스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후계구도를 놓고 형제간의 분쟁 조짐이 일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은 신 회장 체제로 단일화됐다. 그러나 다른 형제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형제간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제공=롯데그룹> |
하지만 언뜻 신 총괄회장의 자연스러운 퇴진처럼 보이는 이번 이사회 결의에는 형제간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인 신 총괄회장과 일본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자신을 제외한 이사회 6명을 해임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신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해임됐다. 총괄회장은 해당 이사회 인사를 일일이 지명하며 해임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일본 방문에는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 전 부회장, 이복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5촌 친척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5명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남매, 친척이 신 총괄회장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신 회장 측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 총괄회장의 이사 해임 결정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날 오전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하고 사실상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롯데그룹의 한 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당장은 신 회장이 친형이 주도한 반란을 제압한 모양새지만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신 이사장을 비롯한 친인척이 신 전 부회장의 편으로 돌아선 모양새인데다, 무엇보다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의사를 정면으로 거스른 격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신 회장의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한국롯데에서의 지위는 변화가 없으며, 신 총괄회장은 계속해서 한국과 일본롯데의 경영현안을 챙겨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