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민간 채권단이 소규모 채무탕감(헤어컷)을 포함한 제안서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보냈다고 주요 외신이 30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제안서에 포함된 채무탕감 규모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구보다 적어 이번 제안이 4개월 이상 난항을 겪고 있는 채무조정 협상을 합의로 이끌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 통화 흐리브냐<출처=블룸버그통신> |
프랭클린 템플턴과 BTC팩추얼 유럽, T로프라이스, TCW그룹으로 구성된 민간 채권단은 89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에 보낸 제안서에는 5%의 조건부 헤어컷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투자자로서 위원회는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으며 지속할 수 있는 부채 조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4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의 대가로 제시한 153억 달러의 채무조정을 위해 채권단과 4개월 넘게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양측이 채무탕감 원칙과 규모 합의에 실패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40% 수준의 헤어컷과 만기연장, 이자경감의 채무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채권단은 채무탕감을 거부하고 최장 10년의 만기 연장과 일시 이자삭감, 2019년 이후 원금탕감을 수용안으로 제시했다.
강경했던 채권단이 이번에 처음으로 채무탕감을 받아들였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요구한 헤어컷 규모를 큰 폭으로 밑돌아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채무탕감을 일부 수용했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추가 진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영국 중개사인 이그조틱스의 야콥 크리스텐센 이코노미스트는 "진전이 있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란데스방크의 루츠 로에마이어 매니저는 "이번 제안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채권단은 헤어컷을 거부해왔지만 이들은 다리를 건넜고 규모에 대해서 논의하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채권단보다 채무조정 비율을 훨씬 높게 잡고 있다. 노무라는 30~40%,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30~35%, JP모건은 10~20%로 헤어컷 비율을 추정했다.
이번 채권단의 제안은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채권단에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채무 이자를 상환한 후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분리주의 반군과의 교전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지난 1분기 17.6% 위축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인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물가는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40.7% 폭등하며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