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등 처우 개선 요구…현실화 될 경우 판매 경쟁력 하락
[뉴스핌=송주오 기자]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효과로 올해 판매량이 늘어난 국산차 업계가 암초를 만나게 됐다. 국내 5개 완성차 판매 대리점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연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들의 요구대로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 업체간 및 직원간의 경쟁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공세가 이어지는 만큼,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 자동차판매연대지회가 공식 출범했다. 국내 완성차 판매 대리점 직원을 조합원으로 한다.
판매연대지회는 기본급 등 처우 개선을 기치로 내세웠다. 판매연대지회가 이날 의결한 사업계획서에 3대 요구안(기본급과 퇴직금, 노동기본권 보장, 부당 해고자 복직) 쟁취와 전국 분회 동시 단체교섭 요청 등을 포함시켰다.
르노삼성차는 딜러 체제 구축으로 대리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사진=르노삼성차> |
완성차 업계는 대리점 직원들의 연대 강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판매연대지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산차의 판매 네트워크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리점 직원들은 기본급이 낮은 대신 차를 판매할 때 마다 인센티브를 통해 월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높은 기본급이 보장된 직영점 직원에 비해 판매를 늘리기 위해 대리점 직원은 갑절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급속하게 커진 것도 대리점을 기반으로 한 딜러 체제로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직영 체제의 폐해는 현대차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월 평균 1대 미만의 판매 실적을 기록한 영업직원 78명을 대상으로 ‘판매 재교육’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수입차 공세를 막기 위해 영업일선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는 판단 아래 진행됐지만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9.0%로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수입차는 전년대비 24.2% 성장하며 고속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수입차의 점유율은 15.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산차 업계는 판매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리점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가장 적극적이다. 르노삼성차는 대리점 137개, 직영점 54개 등 총 191개의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리점은 120개에서 17개 늘었고, 직영점은 68개에서 14개 줄었다.
아예 대리점과 직접 계약하는 업체도 있다. 한국지엠은 내년부터 기존 5개 지역총판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전국 300여개 대리점과 직접 계약을 맺어 판매 강화에 나선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대리점은 인센티브 중심의 급여 체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이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대리점을 선호하고 있는데 기본급을 높여주면 핵심 경쟁력이 사라지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가 향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 현 시점에서 자동차 판매점이 연대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경쟁 없이 쉽게만 차를 팔겠다는 안이한 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부 완성차 업체는 수익성 하락으로 인해 직영점 체제를 전면 개편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