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사록 및 굵직한 지표 봇물
월가 트레이더 VIX 폭발에 베팅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한 주간 화려한 기록을 세운 뉴욕증시가 두려움의 벽을 타고 오르는 흐름을 지속할까.
같은 날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깬 것은 1999년 12월 이른바 닷컴 버블 당시 이후 처음이고, 나스닥 지수는 여기서 또 한 차례 고점을 높였다.
◆ 사상 최고치에 편치 않은 시선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가뜩이나 버블 논란과 조정 경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 뉴욕증시가 세운 현란한 기록에 투자자들은 편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나스닥 지수의 주가수익률(PER)은 21배로 닷컴 버블 당시 72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고, S&P500 지수 역시 밸류에이션이 18배로 역사적 평균치를 웃돌지만 1999년 12월 당시 수치인 28배에 못 미치는 상황.
이를 근거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기록이 약 17년 전과 상이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이익 감소와 하반기 국내외 경제에 대한 저조한 성장 전망까지 펀더멘털 측면에서 현 수준의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3일 자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물량이 13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가라앉는 시장 금리가 투자 자금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으로 몰아내고 있고, 주가 강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월가의 기술적 분석가는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CBOE 변동성 지수(VIX)가 11 선에서 거래되는 동시에 주가가 고점을 연이어 높이는 것은 강한 상승 에너지가 잠재돼 있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 "비싸다고? 앞으로 더욱 값비싸질 건데"
톰 맥켈란 기술적 분석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강력한 충격이 발생해 주식시장을 흔들어 놓지 않는다면 조용한 최고치 경신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3대 주가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닷컴 붐'이 한창이던 1999년 12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인터넷 기업의 막대한 실적 기대감도 없는 지금은 기관투자자 여름 휴가로 지지하는 힘도 약한 데다 투자자 사이에서 수분기 만에 가장 회의적인 태도가 강력한 때에 강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2016년 실적 대비로 18.5배에 거래되고 있다. 역사적 평균치 15배보다 매우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주식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뉴욕 증시가 너무 비싸다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비싼 시장이 앞으로 더욱 값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기업 이익성장률과 채권수익률이 바닥을 기고 있는 이 때 투자자의 수익률 추구가 가능한 곳은 주식시장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 주가수익배율(PER)이 아니라 10년 국채 수익률이 근대 역사 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최저치인 1.5%밖에 안 된다는 점에 비추어 주식시장을 보란 얘기다.
더글라스 코트(Douglas Cote)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석시장전략가는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높은 수익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주식 말고는 대안이 없다"면서 "주가가 더 오를수록 관망하던 투자자도 항복하고 대열에 참여하기 시작할 것이며 주가는 계속 더 값비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닷컴 거품 시절에 증시 PER는 28배까지 올랐다. 당시 국채 수익률은 6.5%나 됐는데도 말이다. 어드바이저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캇 콜리어 대표이사(CEO)는 과거 앨런 그린스펀이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한 뒤에 4년이 지나서야 시장이 꼭지를 지났다면서 "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현재 상황에서 과열은 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위험이 보상보다 큰 상황" 경고도
반면 투자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존 코사 애스버리 리서치 전략가는 “현 시점에는 주가 급락 리스크가 추가 상승 잠재력에 따른 보상에 비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공포지수 VIX가 앞으로 한 달 사이 두 배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일 좁은 박스권 움직임으로 고점을 높여 온 증시가 조만간 급등락을 연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2일 월가 트레이더들은 VIX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옵션을 무려 31만3000계약 사들였다. 이는 일간 평균치의 1.5배에 이르는 수치다. 반면 풋옵션 매입은 8만3000건에 그쳤다.
펀더멘털 측면의 호재보다 악재가 웃도는 상황에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을 여지가 높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투자자들은 주요 경제 지표에서 드러나는 펀더멘털과 최고치에 대한 주가 부담을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은 9월은 물론이고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다음주 발표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정책자들의 경기 진단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뉴욕 지역의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와 소비자물가, 주택 착공 및 건축 허가, 산업생산 등 굵직한 매크로 지표가 단기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산유국에서 들리는 소식도 원유시장을 경유해 주식시장으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산유량 동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향해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