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 조짐 vs. 금리차 축소는 유출 막을 것
[뉴스핌=이고은 기자] 홍콩의 은행 간 자금조달 비용이 7년 최고치까지 치솟으면서, 홍콩 증시에 매도세가 촉발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2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금리 정상화를 준비하면서 3개월짜리 홍콩 은행 간 제시 금리(HIBOR, 이하 하이보)가 열흘째 상승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하이보 상승은 주식을 매입할 자금을 조달하기가 점점 비싸지고 있다는 신호로 증시 악재가 될 것이란 얘기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레이몬드 영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자금시장 경색이 주식과 통화 등 다른 시장 위험지 높이면서 현금 '엑소더스(대량 이탈)'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 "자금 경색으로 자본유출 심화" vs. "금리차 축소는 자본유출 막을 것"
영 애널리스트는 "미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신흥시장과과 홍콩에 자본유출이 일어날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 가치 평가절하에 대한 '헤지'를 위해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의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면 자본유출을 약간 상쇄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은행 간 자금조달 시장은 잠재적인 자본유출 가능성 안에서 가격이 매겨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래 홍콩달러화와 하이보 <자료=블룸버그> |
다만 홍콩 증시 투자자들은 아직 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20개월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주택가격이 다시 사상 최고 수준을 향해 치솟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로 제시된다. 미 달러화에 대한 홍콩달러의 환율 역시 밴드 상단에서 유지됐다.
하이보와 런던 자금시장의 리보(Libor)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자본유출이 둔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홍콩 하이보는 10bp 상승한 0.82%를 기록했고, 리보와 하이보 간의 차이는 14bp로 좁아졌다.
홍콩 JP모간 체이스의 마빈 첸 애널리스트는 "홍콩의 높은 금리가 자본유출을 막아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토마스 시크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이 내년 두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홍콩과의 금리차가 그렇게 놓지 않아 심각한 자본유출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크 수석은 홍콩이 페그제 환율 제도이고 아시아의 높은 잠재성장률도 함께 가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라고 덧붙였다.
◆ "본토 자본유입 줄면서 내년 자본유출 압박 직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홍콩과 중국 본토는 모두 금융시장 우려를 안게 됐다.
중국 본토 증시인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트럼프이 미-중 무역관계 언급으로 인해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본토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우려와 함께 통화 가치 약세가 진행되면서 중국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홍콩 증시와 주택으로 옮겨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자본유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홍콩 보험상품을 매입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홍콩은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인지세도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 투자은행인 UOB캐이히안(UOB Kay Hian)의 스티븐 렁 홍콩 지사장은 "최근 조치로 인해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는 자본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홍콩은 지금까지 자본유출 압박을 보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