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 등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기업 피해자 인정 가능성↑
특검 "李부회장 영장 기각 상관없이 재단 출연 대기업 수사"
[뉴스핌=김범준 기자] 19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대와 다르게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위증의 혐의에 대한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을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법원이 사실상 이 부회장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과 동시에 삼성의 430억원대 뇌물공여(뇌물 및 제3자 뇌물공여 등 포함) 혐의 입증이 사실상 불투명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특검은 대통령 뇌물죄에 대한 향후 수사가 동력을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감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 조사하려던 특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 직후인 18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를 기대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뇌물공여와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뉴스핌DB> |
특검은 삼성을 정치 권력의 피해자가 아닌 정경유착의 공모자로 판단,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지난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의 430억원 뇌물공여 액수는 역대 최대이며 그 수혜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점,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본 점 등을 거론했다.
특검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독일에 세운 법인인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맺은 213억원의 컨설팅 계약,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깊숙히 관여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원대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의 204억원 출연금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들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강요 및 공갈의 피해자'이고 지원금 430억원은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결국 법원은 삼성의 소명이 의미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의 한 변호사는 "이날 법원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삼성을 사실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재단에 출연한 다른 대기업들 역시 뇌물공여 및 횡령의 피의자가 아닌, 청와대의 강요 및 공갈의 피해자로 볼 여지가 많은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 없이 SK그룹이나 롯데그룹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대기업들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들이 두 재단에 내놓은 출연금은 총 774억원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