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조사만에 禹 영장 청구→사흘 후 영장 기각
법조계 “특검 수사기간, 대통령이 연장하는 모순”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정점인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했다.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청와대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이번 국정농단 해결의 열쇠였다. 민간인 최 씨가 어떻게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우 전 수석 영장 기각의 실패 원인을 청와대 압수수색 불가로 돌리고 있으나, 우 전 수석 ‘봐주기’ 시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우 전 수석 영장 기각에 대해 “우 전 수석이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 법리적인 판단이 (법원이) 특검하고 달랐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만약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했다면 (우병우) 혐의입증이 훨씬 쉬웠을 것”이라며 “청와대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 관련된 보강조사는 어렵지만 기존 영장에 적시된 혐의 중 미진한 부분을 보강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주변에서는 우 전 수석 조사 전부터 구속영장 발부까지는 회의적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직권남용 혐의 입증이 어렵고, 검찰 출신인 우 전 수석을 단 한차례 소환조사 후 바로 영장 청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지난 18일 조사 후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특검 핵심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소환을 앞두고 ‘우 전 수석 수사에 특별히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여러가지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감추고 싶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인력 구조상, 파견 검사가 수사 종료 시 검찰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권력을 쥔 우 전 수석 수사에 심적 부담이 커 ‘약한 수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에 복귀해 우 전 수석 등 권력의 영향을 받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보신주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검찰 등에 대한 수사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가 국정농단의 실체를 파헤치지 못하게 된 첫 단추”라며 “국정농단의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 승인을 결정할 수 있는, 이 모순적인 특검법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이달 28일 종료되는 특검 수사가 연장되지 않으면 우 전 수석은 불구속기소된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보강수사도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을 비롯해 ▲직무유기 ▲특별감찰관 감찰방해 ▲국회 증언·감정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박영수 특검이 뚫지 못한 두 사람은 박 대통령과 우병우 뿐”이라며 “결국 우 전 수석이 수사 성역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별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특검법이 외부 요인에 의해 스스로 위반되는 점도 모순으로 읽힌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