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오픈런'이란 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관객들의 인기도 높아야 공연을 유지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오픈런의 대표적인 작품 '라이어'가 20주년을 맞아 '스페셜 라이어'로 공연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외에도 대학로에는 여전히 오픈런으로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는 공연들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침체된 공연계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을까.
◆명실상부, 데이트 연극으로 인기
대학로는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 특히 연인들이 다수다. 오픈런 공연을 살펴보면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작품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 사랑과 연애를 이야기하고 여기에 코미디를 더해 웃음까지 자아내는 일명 '데이트 연극'이 인기다. 대표적인 작품은 '작업의 정석' '극적인 하룻밤' '옥탑방 고양이' 'S다이어리' '수상한 흥신소' 등.
'작업의 정석'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대학로 공연 결산'에서 오픈런 부문 최다 유료관객을 모은 작품. '작업의 정석' 유료관객 수 점유율(박스오피스 상위 10위 공연의 유료관객 수 합계 내 점유율)은 28.3%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20.7%)와 상당한 점유율 차이를 보이며 높은 인기를 자랑 중이다. 연간 10만 명 내외의 관객을 모으며 50만 명 이상 누적 관객수를 자랑한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예매율 1위에 오른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지방과 특별공연을 제외하고 150만 이상 누적 관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는 '극적인 하룻밤' 역시 38만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다. 특히 '극적인 하룻밤'의 경우, 2015년 하기호 감독이 "원작의 매력에 영화화를 결심했다"며 배우 윤계상, 한예리 주연의 동명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데이트 연극은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배우들과 관객들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수동적인 관람을 벗어나 적극적인 태도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 이와 관련해 '작업의 정석' 관계자는 "주요 관객층이 선호하는 로맨틱 코미디인데다 적절한 소재와 연출을 통해 공연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상황들을 반영해 작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만, 변화가 커지면 오히려 괴리감이 발생해 극복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름 한 철? 사시사철 즐기는 공포연극
공포 연극을 여름에만 즐긴다는 선입견도 이제는 희미해졌다. 올여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는 거의 공포물이 제작되지 않았으나, 대학로에서는 조금 다르다. 여름에만 20여 편의 작품이 공연됐고, 오픈런으로 진행되는 공연들은 '두 여자' '스위치' '더하우스' '흉터' '술래잡기' '조각:사라진 기억' 등 여러 편이다.
특히 연극 '두 여자'는 2010년 초연 당시 3개월 내내 매진을 기록한 인기 작품으로, 누적 관객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전국 8개 지역 앙코르 공연도 진행했다. 대학로 호러극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한 이 작품은 올해 상반기 대학로 공연 결산 오픈런 부문 유료관객 점유율 5위(6.5%)에 오를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픈런 중인 공포 연극은 호러는 물론 스릴러를 접목했고, 스토리까지 탄탄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에는 '4D체험'이 접목되면서 더욱 많은 관객들이 공포연극을 즐겼다. 올해 7월 초연한 연극 '스위치'의 경우, 애초에 8월 말까지만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관객들의 호평에 오픈런을 결정했다.
고석기 연출은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익숙하진 않지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소재가 잘 어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앞좌석 관객뿐 아니라 모든 관객들이 충분히 공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장치를 고안해 객석에 설치를 했고, 마냥 놀래키는 것이 아닌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재관람과 저렴한 가격의 한계는 개선 필요
사실 오픈런은 제작사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언제나 관객이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물론 연극의 특성상 달라지는 캐스트에 따라 공연의 이야기나 매력이 바뀌고, 볼 때마다 새로운 부분들이 있지만, 여전히 관객 유입은 과제다. 이에 공연업계는 재관람 할인을 기본으로 각종 이벤트로 티켓 가격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다만 오픈런 공연은 물론 새로운 공연까지 치열한 대학로에서 작품의 퀄리티보다는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는 작품들이 생겨나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관객 개발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새로운 관객들이 질 좋은 공연을 관람해야 다시 유입시킬 수 있는데, 만약 첫 관람에서 실망하게 된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스위치'의 고석기 연출은 "오픈런을 하면 관객이 올지, 유지될 수 있을 지 부담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배우들과 만들어나가는 것이 재밌다"며 "기존 공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공포감을 줄 수 있는 건 단순히 귀신이 아니라 스토리적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것이 있으면 반영하면서 계속 바꾸며 신선함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