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뉴욕증시를 포함한 주요국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주식 비중을 대폭 떨어뜨린 한편 현금 비중을 늘려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강력한 반전을 이뤄냈지만 상승 모멘텀의 영속성을 자신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무엇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S&P500 기업의 이익이 감소, 이른바 이익 침체가 점쳐지면서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했다.
12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을 늘린 응답자가 44%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현금 비중은 4.8%로 늘어났다.
반면 주식에 대해 비중확대 포지션을 취한 매니저들은 6%로, 전월에 비해 12%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S&P500 지수가 2931로 정점을 찍었다는 응답은 34%를 기록해 지난해 9월 11%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고, 올해 전세계 주요 기업의 이익 감소를 예상한 이들은 42%에 달했다.
월가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연초 이후 주가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올들어 S&P500 지수가 8.1%에 이르는 급등을 연출했고, MSCI 전세계 지수 역시 8%에 가까운 상승 기염을 토했다.
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이달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주식에서 현금으로 대대적인 자금 로테이션이 일어났다”며 “연초 주가 강세에도 투자 심리가 여전히 싸늘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신용시장 리스크, 글로벌 기업의 수익성 저하가 투자자들의 매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1%가 투자 리스크로 중국의 경기 한파를 꼽았고, 기업 신용 경색 가능성을 지목한 이들도 12%에 달했다.
월가 투자은행(IB)들 사이에 이익 침체 경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도 펀드 매니저들의 현금 비중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모간 스탠리는 이익 침체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경고하고, 수익성 악화가 기업들 투자와 고용으로 한파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불발 가능성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 및 유럽 대륙 전반이 경기 둔화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요인이다.
한편 머니마켓펀드(MMF)의 유동성 추이도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MMF 자산은 연초 3조300억달러까지 늘어난 뒤 주가 강세 흐름에도 201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페이든 앤 라이겔의 제임스 사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보다 현금을 선호한다”며 “MMF의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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