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의회서 '3가지 신뢰' 北에 제안
"北, 평화 지켜주는 건 핵무기 아닌 대화"
"'핵우려' 해소가 제재해제 선결조건"
"北, 상대방 신뢰하고 완전한 핵폐기 보여줘야"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남북 간 ‘3가지 신뢰’ 구상을 북측에 제안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면 국제사회는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유럽 순방 3개국 중 마지막 방문국인 스웨덴에서 의회 연설을 통해 국민·대화·국제사회 3개 분야에 걸쳐 남북 간 신뢰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 중 남북 간 대화의 신뢰에 대해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며 “그것이 대화이고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도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며 “서로의 체제는 존중돼야 하고 보장받아야 하며,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신뢰하고 대화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며 “그것이 대화의 전제이며, 한국 국민들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며 “대화만이 평화에 이르는 길임을 남북한 모두 신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두고서는 “우발적인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위해서는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 해야한다”고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 사업의 이행을 통해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만들어 증명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며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 |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남북 국민 간 신뢰에 대해서는 “평화롭게 잘 살고자 하는 것은 남북이 똑같다”며 “헤어져서 대립했던 70년의 세월을 하루아침에 이어붙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남북은 단일 민족 국가로서 반만년에 이르는 공통의 역사가 있다”며 “대화의 창을 항상 열어두고, 소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오해는 줄이고 이해는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스웨덴이 핵무기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보유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이 어느 국가보다 먼저 핵을 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라며 “세계가 궁극적으로 ‘평화를 통한 번영’을 선택할 것이라는 신뢰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확산방지 활동, 최고 수준의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스웨덴은 자신의 신뢰를 실천하고 있다”며 “한반도 역시 신뢰를 통해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통해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언급한 ‘모든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와 남북 간 경제협력, 체제안전 보장 등은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을 두고 북한의 반응은 아직이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공을 넘겨 받은 김 위원장이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또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응할지 여부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편 이날 연설에는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스웨덴 의회 의원 및 정부인사, 스톡홀름 주재 외교단 등이 참석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