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권조사 착수, 내부조사는 아직
경찰 수사도 난항, 즉각적인 진상규명 요원
의혹 둘러싼 갈등은 커져, 논란 확산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성추행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하다. 진상규명 전까지 고인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자는 측과 침묵 자체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주장이 충돌하며 또 다른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경찰 수사마저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불러싼 논란을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현재 인권위가 직권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취합해 전달할 예정"이라며 "아직 인권위가 서울시를 방문하거나 특정 인물을 면담하는 등 현장 조사에 착수하지는 않은 상태다. 구체적인 조사 계획도 현재까지 공유받은 건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2020.07.10 photo@newspim.com |
인권위 직권조사단은 지난 5일부터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무기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조사는 해당 의혹 뿐 아니라 서울시의 방조혐의 및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도 포함된다. 필요할 경우 특정인물에 대한 면담도 진행하고 경찰에 자료 공유도 요구한다.
피해자측의 반대로 서울시의 자체 진상규명이 무산되고 여성가족부의 현장조사가 '시스템 개선' 건의 수준으로 끝난 상황에서 인권위 직권조사에 대한 시선은 복잡하다. 특히 인권위 조사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서울시가 인사 불이익 방침까지 세우며 인권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공직을 떠난 핵심인물들의 경우, 조사를 거부하면 사실상 대안은 없는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스포츠계 선수 인권보호체계 직권조사가 1년 3개월이 걸리는 등 과거 인권위 조사가 1년 이상 시일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권위 조사마저 실체없이 끝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한달 동안 진상규명은 커녕 오히려 의혹이 커지면서 이로 인한 갈등도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수사 결과를 기다린 후 책임론을 거론해도 늦지 않는다는 쪽과 박 전 시장에 대한 편들기 자체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쪽의 대립이 시간이 흐를수록 날카로워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이번 사태를 놓고 정치권까지 개입하며 진영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 수사도 난항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사건을 수사중이지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서울시청 6층 비서실 압수수색에 이어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까지 법원에 의해 불발되는 등 진척이 더디다. 경찰은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임순영 젠더 특보 등 참고인 조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사후 각종 의혹과 갈등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모든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수차례 강조한만큼 인권위 조사 및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태도다.
다만 내부에서도 지나치고 고인을 모독하거나 명백한 왜곡, 가짜뉴스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행태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 전반을 뒤흔드는 세력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측은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로 내놓을 입장은 없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