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北, 종전선언으로 한미동맹 파기 요구할 것"
리비어 "北 비핵화가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선제조건"
갈루치 "남북관계 정상화 위해 핵무기부터 폐기해야"
그린 "한미연합사, 한미훈련 폐기 주장 곧바로 나올것"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과 관련해 "공허한 조치"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북한 등이 한미동맹을 파기하라고 주장할 구실만 될 뿐이라고 평가했다.
2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행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전 고위 관리들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아무 관련 없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 모습. [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19.09.23 |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VOA에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완전한 비핵화의 길을 열어주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중국·러시아·북한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구실만 줄 뿐"이라면서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미국 의회·행정부의 입장과 이렇게 다른 연설을 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일부 미국 내 안보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과 관련,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비핵화를 우선순위에서 내리고 종전선언부터 진행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위험성)'를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아벤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은 "종전선언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우선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한국전쟁 종식의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을 가끔 암시해왔지만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미국의 전술·전략무기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해소해주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공허한 성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의 목표는 전쟁 종식이 아니라 한미동맹 종식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한국·북한·미국 간 종전 합의는 남북한과 미국 관계 정상화 절차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도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복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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