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장애해방] ①그들이 '탈시설' 외치는 이유는…"빵 대신 자유를"

기사입력 : 2021년03월24일 07:00

최종수정 : 2021년03월25일 14:20

'마로니에 8인'이 시작한 탈시설...100대 국정과제로
"20년 동안 시설에서 사느니 밖에서 2년 살고 죽겠다"
국제사회는 탈시설 강조하는데, 한국은 5000억원 지원

[편집자] 장애인 시설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깨끗한 시설에 친절한 사회복지사나 의사들이 사랑으로 장애인을 돌보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이미지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들은 이런 시설을 하루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감옥'이라고 부릅니다. 시설 내에서의 통제된 집단생활은 자유를 박탈한다는 것이지요. 뉴스핌은 '탈(脫)시설'에 성공한 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이 왜 시설을 감옥으로 여기는지, 시설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탈시설이 왜 필요한지 등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달 2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는 '탈시설장애인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11명이 모였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지원 정책을 펼쳐 달라는 것.

탈시설장애인당은 4월 7일 진행되는 재·보궐선거 전에 해산하는 가짜정당이다. 가짜 서울시장 후보 11명을 내세워 탈시설 등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각종 의제를 홍보하고, 실제 후보자들에게 장애인들을 위한 공약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한켠에는 최초 장애인 당사자들의 탈시설 주장을 기념하는 동판이 새겨져 있다. 2021.03.23 hakjun@newspim.com

이들이 '선거 유세'를 하는 곳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장애인 탈시설 선언 현장'이라는 동판이 새겨져 있었다. 일명 '마로니에 8인'이라고 불리는 고(故) 황정용 씨 등 장애인 8명이 2009년 6월 경기 김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와 노숙농성을 벌이며 탈시설을 외친 곳이다. 장애인들이 직접 탈시설을 요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결국 서울시는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 설립을 약속했고, 이 사건은 탈시설 운동의 전환점이 됐다.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탈시설을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묵살된 것과 달리 장애인들이 직접 탈시설을 외치자 작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20년 사느니 밖에서 2년 살다 죽겠다"

탈시설장애인당 가짜 후보 중 한 명인 추경진(53) 씨는 시설에서 나온 이유를 "자유"라고 답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돌아다니고 싶을 때 돌아다닐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가 시설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씨는 1997년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1급이 됐다. 2년 동안 병원 생활을 하면서 가정은 파탄이 났다. 자녀 두 명은 친척집에 보내졌고, 자신을 돌보던 아내와의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추씨는 2001년 11월 충북 음성 꽃동네라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했다. 시설은 추씨에게 1년 365일 통제된 삶을 요구했다. 오전 6시 아침, 낮 12시 점심, 오후 5시 저녁에 메뉴도 고를 수 없는 식사시간은 칼같이 지켜져야 했다. 시설 내 단체활동도 거부할 수 없었고, 밖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좁은 방 안에서 좁은 창문으로 보이는 시설 밖 풍경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추경진 씨가 탈시설장애인당 홍보 활동을 위해 발언하고 있다. 2021.03.23 hakjun@newspim.com

추씨는 죽기 전에 고향 땅을 한번 밟아보고 싶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고향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소원이 됐다. 자유를 박탈당한 채 시설에서 20년을 사느니 2년 동안 시설 밖에서 살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씨는 탈시설을 결심했고, 준비 끝에 2016년 1월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자신이 살던 서울 마포구 한 주택가를 찾아가는 데 무려 15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추씨는 "바깥에 나가니까 다른 사람들이 내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하더라"며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사는 게 정답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설을 감옥이라고 얘기한다"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먹고 싶어도 못 먹고,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을 못 하는 감옥살이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국제사회는 탈시설 추세인데, 한국은 5055억원 지원

장애인들이 감옥이라고 부르는 시설이란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장애인복지시설 중 하나인 '장애인 거주시설'을 의미한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장애인 거주시설은 전국에 1557개 있다. 시설 이용 장애인은 2만9662명이다.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지만 예외규정을 통해 일반인도 소재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신고할 경우 운영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는 공공이 주도하고 예외적으로 민간 운영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민간이 주도하고 국가는 지원금만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연대 등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11 yooksa@newspim.com

문제는 추씨 사례처럼 거주시설이 '안전 보장'이라는 이유로 장애인들에게 통제된 삶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리·감독도 느슨해 전문성이 부족한 사회복지사들이 고용되기 일쑤여서 장애인을 향한 폭언·폭행과 사망 사건도 발생한다.

국제연합(UN·United Nation)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2006년 12월 'UN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들에게 ▲거주지 선택 기회 ▲지역사회 생활과 통합 지원 등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은 2007년 비준에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탈시설을 꼽았으나 지금껏 제대로 된 정책은 없다는 게 장애인들 입장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지원비는 5055억6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13억원 증가한 반면 장애인 탈시설 예산은 지역사회전환센터 신규 설치비 약 2억원에 불과했다.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당시 대통령 입에서 '탈시설'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너무 좋았고, 많이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지금 돌이켜 보면 공약대로 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hakjun@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코스트코, 한국 순이익 67% 미국 본사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거둔 연간 순이익의 60%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코스트코 한국 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이 2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회계연도보다 16%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대형 유통 업체 코스트코 매장 앞에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같은 기간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8%가량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8% 급증한 224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금은 15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에 이른다. 지난 회계연도에서도 코스트코코리아는 당기순이익(1416억원)을 뛰어넘는 2000억원(배당 성향 141.2%)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본사인 코스트코 홀세일 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7351명이다. 미국 본사가 챙기는 배당금은 1000억원이 넘지만, 정작 한국 기여도는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액은 12억2000만원으로 지난 회계연도(11억8000만원)보다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nrd@newspim.com  2024-11-19 14:32
사진
해임이라더니…김용만 김가네 회장 복귀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분식프랜차이즈 '김가네'의 김용만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만 회장은 지난 8일 아들인 김정현 대표를 해임하고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 회장의 아내인 박은희씨도 사내이사 등록이 말소됐다. 해당 내용은 지난 11일 등기가 완료됐다. 김가네 김용만 회장. [사진= 뉴스핌DB] 김 회장은 직원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김정현씨가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런데 최근 아들인 김 전 대표와 아내 박씨와 김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면서 스스로 대표이사직에 다시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김가네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가네 관계자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만 회장은 지난 7월 준강간치상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사내 경리 담당 직원을 통해 회사명의 계좌에서 수억 원 상당을 자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횡령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 회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아내인 박 씨의 고발로 알려졌다. romeok@newspim.com 2024-11-18 16:5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